독자들은 '뿌린 기사'만 읽지 않는다

한겨레21-독자들 뽑은 법안 추적
아경-억울한 사연 취재해 기사화
일파만파-뉴스 선별에 독자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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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에게 기사를 뿌리던 시대는 갔다. 이제 독자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지속적으로 과정을 공유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생각이 언론사에 뿌리내리고 있다. 언론사가 더 이상 플랫폼을 지향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독자와 소통하고 교감하며 충성심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


한겨레21이 지난달 초 시작한 ‘바글시민 와글입법’은 독자가 뉴스 생산의 본질에 가장 근접한 프로젝트다. 한겨레21은 시민 스스로 뽑은 ‘시민법안’이 올해 말까지 국회에서 어떻게 논의되는지 추적하겠다면서 지난달 7일~26일 최저임금 1만원법, 전·월세 상한제법 등 4개 후보법안을 내고 독자들이 투표하게 했다.


▲언론사들은 독자와 소통하고 교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인식 아래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사진 위쪽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한겨레21의 바글시민 와글입법 프로젝트, 아시아경제의 억울닷컴 메인페이지, 이데일리의 반응형 독자의견 서비스 개편 공지.

반응은 놀라웠다. 투표 시작 이틀 만에 목표치였던 2016명 이상이 투표에 참여했고 최종적으로 1만 명이 넘는 시민들이 자신이 지지하는 법안에 표를 행사했다. 한겨레21은 이 중 가장 많이 득표한 GMO 완전표시제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온라인 프로젝트 정당을 만들고, 당 이름 투표와 함께 당원을 모집하고 있다. 당원이 되면 기자와 함께 국회 상임위원회나 공청회 등에 취재를 가 국회가 시민법안을 어떻게 다루는지 보고 지면을 통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안수찬 한겨레21 편집장은 “예전부터 참여형 공공저널리즘 기사를 써보고 싶었다. 다만 시간과 자원이 문제였는데 온라인 개발자 협동조합 ‘빠흐띠’와 협업해 비교적 쉽게 실현할 수 있었다”면서 “그동안 한국 언론과 기자들은 공정성과 객관성만을 강조해 왔지만 미래형 기사에서 더욱 강조될 것은 완전성과 교감성이다. 독자들과 교감하기 위해 독자가 실제로 콘텐츠를 만들고 행동하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독자와 좀 더 적극적이고 빠른 피드백을 주고받는 언론사도 있다. 독자의 억울한 사연을 취재해 기사화하고 있는 아시아경제가 대표적인 예다. 올해 초 억울닷컴을 인수한 아시아경제는 해당 사이트에 ‘기자가 간다’ 코너를 열고 전담인력을 배치해 게시글을 검토하고 취재부서와 연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지난 1일 보도된 <출국한 성추행 원어민 교사…손 놓고 있던 검찰>이라는 제목의 기사는 그 첫 결과물이다.


백재현 아시아경제 뉴미디어본부장은 “저명한 언론학자 게이 터크만이 쓴 ‘메이킹 뉴스’라는 책에 사실성의 그물이라는 개념이 나오는데, 현 미디어 환경에서 그 그물은 찢어졌고 그것을 꿰매는 방법은 독자들과 대화하고 독자가 참여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단순히 제보를 받기보다 정말 문제가 되면 취재를 해서 독자들에게 피드백을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가 지난 3월 시작한 반응형 독자의견 서비스 역시 독자들과 좀 더 활발한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방책이다. 독자들이 기사에 공감 여부를 표현하거나 SNS 계정 등으로 댓글을 공유하면 실시간으로 기자들에게 전달되는 서비스다. 이데일리는 “독자와 기자가 댓글로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면서 “댓글에는 해당 기자나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답변을 달아 추가적인 정보 교류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독자들이 뉴스 편집과 유통에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실험도 진행되고 있다. 올해 초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시작한 ‘일파만파’ 프로젝트가 그것이다.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시민편집단 20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는 집단 편집 프로그램 개발이 끝나면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유의미한 뉴스들을 서비스할 예정이다. 노종면 기자는 “매체 지형이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워낙 불균형하기 때문에 좋은 뉴스를 확산시키는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동안 독자들은 편집된 뉴스를 사후평가만 할 수 있었는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뉴스를 선별하는 과정에 직접 참여하고 확산까지 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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