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기자들, 청와대 보도개입 연명 성명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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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연락해 해경에 대한 비판 자제와 관련 보도 제외 등을 지시한 녹취록이 공개되며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KBS 기자들이 연명 성명서를 게시하는 등 내부가 들끓고 있다. 


KBS 27기 기자 18명은 5일 오후 코비스 제안 아이디어 창과 기자들이 사용하는 보도정보 프로그램 게시판에 ‘청와대 보도개입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연명 성명서를 게시하며 관련 보도는 물론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침묵하는 KBS 수뇌부를 비판하고 나섰다.


▲언론노조 등 언론시민단체가 지난달 30일 청와대의 KBS보도개입 녹취록을 공개한 기자회견 모습. (언론노조)

27기 기자들은 성명서 문두에서 “이정현 전 수석의 겁박을 실제로 접했을 때, 그리고 그 화살이 우리의 존재 이유인 KBS뉴스를 향하고 있음을 새삼 실감했을 때”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을 받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정작 KBS는 아무 말이 없다”며 “법적 대응은 고사하고, 그나마 작성한 단신 기사도 무시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혹, 지금도 '통상적인' 전화를 받고 있는가? 아니라면, 정말 아니라면 당장 행동에 나서라. 회사는 법적 대응으로, 보도국은 뉴스로”라며 KBS수뇌부를 향해 비판과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현 새누리당 의원)이 김시곤 KBS 보도국장에게 연락해 '해경 비판 자제' 등을 지시한 육성 녹음파일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날 공개된 녹취파일을 담은 영상 중 일부. (오마이뉴스 권우성 기자)


아래는 27기 연명 성명서 전문.


청와대 '보도 개입' 언제까지 침묵할 것인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 딱 그 느낌.
이정현 전 수석의 겁박을 실제로 접했을 때.
그리고 그 화살이 우리의 존재 이유인
KBS 뉴스를 향하고 있음을 새삼 실감했을 때.

KBS 위상이 딱 그 정도인가보다.
일개 임명직 공무원이 KBS 보도국장에게 마음대로 전화를 걸 수 있고,
답변할 틈도 주지 않고 욕설까지 섞어가며 목에 핏대를 세울 수 있는,
그러면서 대통령도 봤다며 간교한 협박을 서슴지 않는...

그런데 정작 KBS는 아무 말이 없다.
우리 얼굴에 튄 그 더러운 침을 닦아내는 시늉조차도 않고 있다.
법적 대응은 고사하고, 그나마 작성한 단신 기사도 무시됐다.

예상은 했다.
예상이 적중하니 또 한 번 피가 거꾸로 솟는다.

침묵의 이유는 뭘까.
온갖 상상력을 다 동원해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아니, 딱 하나 있다.
"홍보수석으로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치졸한 변명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
KBS 수뇌부에게 묻고 싶다. 정말인가?
혹, 지금도 '통상적인' 전화를 받고 있는가?
아니라면, 정말 아니라면
당장 행동에 나서라.
회사는 법적 대응으로, 보도국은 뉴스로...
우리 정말 화났다고, 잘못 건드렸다고...
그리고 국민들께 죄송하다고...

이젠 어슴푸레한 기억 속 옛일이 돼버렸나 보다.
불과 2년 전 청와대의 꼭두각시 길환영을 몰아낼 때 당신들의 결기가 거짓이 아니었다면,
후배들의 가슴에 깊이 새겨진 상처를 조금이라도 치유해주고 싶다면,
당장 침묵을 멈추고 행동에 나서라.


보도본부 27기 기자
김석   김기현   최대수   정수영   김정환   이진성   정영훈   이랑   김학재   이정화
이진석   정홍규   이병도   정지주   홍수진   정윤섭   김귀수   박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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