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에 다시 생각하는 언론자유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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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36주년이다. 보훈처가 5·18기념식에서 부르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요구를 거부하며 뜨겁다. 3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 상처는 아물지 않고 있다. 그날의 국가폭력을 생생히 목도한 80년 해직기자들이 지난 16일 광주에서 기자회견을 했다. 5·18 왜곡 세력에 대한 엄단, 이명박 정권 이후 해직된 언론인들의 현장 복귀, 언론 탄압 종식을 촉구했다. 당시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고 기사로 알린 외신기자들도 36년 만에 광주를 찾아 “역사적 사실을 지키기 위해 계속 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억과 망각 사이에 광주는 있다.


팩트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이 숙명인 언론인이 망각을 강요받는 현실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KBS와 MBC의 권력 눈치보기 보도는 도를 넘어섰다. 편중된 기사 판단과 편집, 균형 잃은 논조에 시청자들이 등 돌리고 있다. 종편의 막말과 선정성은 국민 편가르기를 부추기고 있다. 신문들도 언론의 위기를 자초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래서 외신기자들이 당부한 ‘계속 싸워야 한다’는 말은 우리에게 팩트를 비틀고 왜곡하는 일에 당당하게 맞서라는 주문처럼 들린다.


하지만 ‘해직기자 14명’은 우리의 현실이다. 공정언론을 지키고자 불의에 맞선 결과는 해고통지서로 돌아왔다. 펜과 마이크를 뺏긴 언론인은 기자로서 사실상 사형선고를 받았다. 살아남은 기자들은 침묵을 강요받고 숨죽이고 있다.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고 쓰지 못하는 시간을 버텨내고 있다. 긴 어둠속에 갇혀 지내고 있다. 80년 5월은 현재진행형이다.


나라밖에서 국내언론 상황을 보는 시각은 우리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다. 국제언론감시단체인 ‘국경없는 기자회’는 한국의 언론자유지수를 세계 70위로 평가했다. 기자회는 “정부는 비판을 참지 못하고 있고, 미디어에 대한 간섭으로 언론의 독립성을 위협하고 있다”며 “미디어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도록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정부를 비판하고 감시하는 언론의 위축되어가는 모습에 대한 설명이다.


80년 해직기자들이 ‘시민을 폭도’라고 매도하며 정권의 나팔수가 되는 것을 거부하며 맞선 것 또한 팩트에 대한 왜곡을 참지 못한데 있었다. 사실을 사실대로 적을 수 없는 참담함이 불의에 대한 저항으로 나타난 것이다. 우리는 묻는다. 목숨처럼 여기는 팩트를 우리는 지키고 있는가.


지난 16일 광주 5·18묘역에선 5·18의 참상을 전세계에 알렸던 독일 언론인 고 위르겐 힌츠페터 추모식이 열렸다. 신군부가 ‘폭도들의 소요’로 매도한 광주의 상황을 민주항쟁으로 전세계에 보도한 언론인을 추모하는 자리였다. 많은 언론인이 고인을 회고하며 고개를 숙였다. 외신기자의 한 줄 기사가 뜻깊은 건, 사실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당시 광주의 방송국 건물에 화염이 치솟은 건, 사실을 왜곡하지 말고 제대로 보도해달라는 절규였다. 그때 힌츠페터는 보고 들은 것을 그대로 보도해달라는 시민들의 외침을 외면하지 않았다.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80년에서 36년이 흘렀다. 그리고 오늘 다시 광주를 생각한다. 민주주의를 꽃피우기 위해 흘렸던 수많은 희생 앞에 우리 언론은 서 있다. 권력 비판은 자유로운가. 자본 종속은 심화되지 않았는가. 언론자유는 보장되고 있는가. 기득권 세력이 아닌 국민의 편에 서 있는가. 오늘 내가 남긴 발자취는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다. 부끄럽지 않은 언론인으로 다시 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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