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길 "MBC의 그들만 세상 바뀐 줄 모른다"

언론인 출신 초선 국회의원 연속 인터뷰 ③최명길 더민주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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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년 동안 기자로 살아온 생활이 몸에 배었나 보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는 기자의 질문에 “왜요?” “설명해보세요”라고 반문하곤 했다. MBC 기자 출신으로 여당 강세지역인 서울 송파을에서 당선된 그를 지난 4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당선자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기자협회보와 인터뷰를 했다. MBC 기자 출신인 최 당선자는 “비정상적인 언론환경에서 상식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신을 ‘송파 특파원’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갑자기 송파에 특파된 것도 사실이고…. 송파 입장을 대변해서 국회에서 활동하는 특파원, 중요한 임무를 맡고 송파에 특파된 사람이라는 중의적인 의미가 있다.”


-총선을 치르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하루는 시민들에게 길거리 인사를 하고 있는데 한 40대 남성이 아들과 딸을 데리고 지나가다가 내 손을 붙잡고 하소연했다. ‘정말 더민주 잘해주세요. 정말 미칠 것 같습니다. 꼭 좀 이겨주세요’라는 말이 쟁쟁하게 남아 있다.”


-송파을에 전략공천됐을 때 심정은.

“이길 수 있는 선거라고 생각했다. 김종인 대표가 ‘여기 비었으니까 해봐라’ 이런 차원이 아니었다. 이미 예비후보로 뛰는 사람들도 있었다. 김 대표는 지역상황에 맞는 후보를 투입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새누리당이 송파을을 무공천지역으로 정하면서 더 어려워졌다.” 그의 정치입문은 순탄치 못했다. 2014년 7월 대전 대덕 보선에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출마했다가 중간에 접었고, 20대 총선에서는 대전 유성갑 경선에서 패배했으나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으로 송파을에 가까스로 출마했다.

 

-새누리당 후보가 없으니 더 쉽다고 봤는데.

“무소속 김영순 후보가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상황에서 새누리당 후보가 나오면 여당 후보가 2명이 된다. 야권표는 나랑 국민의당 후보가 나눠가지지만 내 입장에서는 4자구도가 유리했다. 김 대표도 다자구도를 생각하고 공천한건 데 예상치 못한 상황이 전개됐다. 그럼에도 4800표 넘게 이겼다.”


-김종인 대표가 직접 공천했나.

“대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경선 탈락한 지 사흘 밖에 안 된 사람을 다른 지역구에 누가 공천할 수 있겠나.”


-정치에 입문한 계기는.

“MBC 사장 공모에 두 차례 출마해 최종후보까지 올랐으나 떨어지면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됐다. 그런 상황에서 2014년 7월 대전 대덕구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달라는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의 제안을 받았다.” 당시 김한길 대표가 최명길을 전략공천한다는 얘기에 예비후보들이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잡음이 일었고, 그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결심 과정에 고민이 많았겠다.

“고사했는데 여러 차례 간곡하게 부탁해서 ‘그래 한번 해보자’는 심정으로 결심했다. 곧바로 회사에 사표를 냈다. 공천을 받은 것도 아닌데 왜 회사를 그만 두냐며 의아해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공천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면서 사표를 안 내는 건 정정당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굳이 정치를 하려는 이유는.

“내가 방송하면서 가진 좌우명인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방송’과 정치가 추구하는 목표는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20대 국회의원 선거 송파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최명길(가운데) 후보가 4월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되자 꽃다발을 목에 걸고 만세를 부르고 있다. 뉴시스


-어떤 점에서 그런가.

“사람들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방송을 하고 싶었다. 그런데 하루 종일 나오는 방송이 사람들을 분노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준다. 정치는 우리 사회 소중한 자산을 어디에 어떻게 쓸 지를 권위를 가지고 나누는 프로세스다. 그런데 그런 과정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기 보다는 화나게 만들고 짜증나게 하고 있다. 내가 꿈꾼 국민을 행복하게 하는 방송처럼 국민들 마음이 편안해지는 예쁜 정치를 하고 싶다.”


-MBC 사장직에는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2013년 3월 김재철 사장이 방문진에서 해임됐다. 이런 비상상황에서 MBC를 책임지고 이끌만한 역량을 갖춘 선배들이 누구인지 다 안다. 그분들이 잘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도우려고 했다. 그런데 날이 갈수록 후임 경영진 구성이 ‘김재철 시즌2’가 현실화되는 양상이었다. 선·후배들의 권유가 계속됐고 최악을 막으려면 나라도 나서야겠다는 생각에 공모했는데 일이 잘 되지 않았다.” 선·후배들의 사장 출마 제안에는 2012년 파업 사태로 갈기갈기 찢어진 MBC를 봉합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로 그가 꼽혔기 때문이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그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영향을 끼쳤다. 그는 2012년 3월, 19대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직접 비례대표 영입 제안을 받았다.


-두 번째인 2014년 4월 사장 공모도 떨어졌다.

“청와대가 나를 선택하지 않았다. 권력이 MBC를 끌고 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선택하지 않은 이유를 알았다. 내가 사장이 됐으면 권력이 원하는 대로 하기가 어려웠으니까…. 그 사람들이 잘못 판단했다. 눈과 귀 다 막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방송만 매일 보다가 이번 총선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것 아닌가.”


-MBC 뉴스는 챙겨보나.

“누가 앵커인지도 모른다. 채널을 돌리면서 잠깐잠깐 스치는 경우가 있지만 일부러 찾아본 적이 없다. 찾아 볼만한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왜 그렇게 됐을까.

“같은 시간에 더 나은 뉴스가 있으면 그걸 본다. 내가 MBC에 있었다는 이유로 보는 것은 아니다. 얼마나 이상해졌는지 확인하려고 보는 경우도 있는데 아는 기자가 나와야 보는 거지. 모르는 친구들이 하더라.”


-2012년 파업 이후 70여명의 경력기자를 뽑았다고 한다.

“옛날에 방송하던 MBC 기자들 중 지금 뉴스에 나온 기자들이 누가 있나.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상황이 바뀌더라도 예전의 MBC로 복원이 불가능하게 만들겠다는 게 ‘그들’의 목표인데 꼭 그렇게 되지는 않을 거다.” 최 당선자는 현재 MBC지도부를 ‘소수의 그들’로 표현했다.


▲최명길 당선자의 기자 시절 모습. 1991년 한·중수교 취재 차 방문한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 (최명길 제공)


-MBC 정상화를 위해 역할을 할 생각인가.

“방송계의 잘못을 바로잡는데 구호를 앞세우거나 ‘이렇게 저렇게 하겠다’고 비감한 표정으로 말하고 싶지 않다. 몰상식한 상황이 오래 지속됐을 따름이지 상식의 상황으로 되돌리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가능할까.

“왜 어렵나?”


-조직의 상처가 너무 크고 깊지 않나. 시청자들의 신뢰도 잃어버렸고.

“JTBC가 시청자들의 신뢰를 얻기까지 그렇게 오래 걸렸나. TV의 경우는 자본의 지배를 덜 받는 편이고, 뭘 하려고 하는데 저항이 심해서 못하거나 그렇지 않다. 상식적인 일을 원상회복시켜서 정상화의 길을 가면 자연스럽게 예전의 신뢰는 되찾을 수 있다.”


-MBC 정상화의 길, 어디에서 출발해야 할까.

“간단하다. 법원은 일관되게 2012년 파업이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했다. 징계와 해고가 무효고, 손배소도 청구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런데 회사는 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있다. 엄청난 배임행위다. 회사에 잠재적 피해를 주는 상황인데 권력으로부터 보복을 당한다는 두려움에 밀고가고 있다. YTN 해고무효소송이 6년 반을 끌었던 이유가 다 그런 것 아니었나. MBC도 4년이 넘었는데 2년 반만 끌면 임기가 끝나니까 그때까지 가겠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더 이상 이런 태도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MBC 경영진은 달라지지 않은 것 같다.

“여소야대의 본질을 모르면 바보다. 지금 정부가 몰상식한 언론을 비호해줄 힘이 있나. 의지가 있나. 우선 의지가 있을지 몰라도 힘이 없다. 그 얘기는 비호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권력이 무엇 때문에 비정상적인 언론을 비호하느라 자산을 소진하나. 이런 현실을 자각 못하면 굉장히 머리가 나쁜 것이다.”


-해고무효 판결을 받고 2년6개월 만에 복직했다가 연이어 ‘정직 6개월’ 중징계를 받은 이상호 기자가 사표를 냈다.

“야비하고 굴욕적인 상황을 오래 견디다보면 인간성이 파괴된다.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시점이 온 거다. 이상호랑 통화했는데 ‘이만큼 당해줬으면 된 것 아닙니까. 더 이상 못 참겠습니다’라고 하더라.”


-국회에서 어떤 일을 하고 싶나.

“비정상적인 언론환경에서 상식을 회복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 또 하나는 앞으로 진행될 기업 구조조정이 우리 당의 경제민주화 기조에 맞게 합리적으로 처리되고 있는지 감시하고 싶다.”


-‘해직 언론인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 특별법’ 제정 얘기가 나온다. 힘을 보탤 생각인가.

“상식을 회복하는 데 특별법이 필요할까. 법원 명령을 이행하면 된다. 물론 제도적인 보완책은 준비하겠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나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논의 구조를 바꾸는 문제도 국회에서 바로잡아야 한다.”


-MBC 후배들에게 한 말씀 해달라.

“미안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회사로부터 감시당하고, 바른 말 한다며 이리저리 보내지고 쫓겨나는 처지에 놓였다. 너무 안타깝고 안됐다는 생각이 든다. 응당 친하게 지내야 할 선후배 사이도 망가지고, 만나자고 해도 눈치를 보면서 못 나온다. 근데 옛날의 활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최소한 한번은 주어질 것이다. 광정(匡正)의 시간이 올 것이라는 위로의 말을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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