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언련 "KBS, MBC '어버이연합 게이트' 은폐"

신문·방송 모니터 결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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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연합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친정부 시위를 벌였고 청와대 등이 개입했다는, 소위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두고 KBS와 MBC등 공영방송사가 관련 보도를 은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지난 28일 <‘어버이연합 게이트’, 묵살하는 언론>이라는 제목의 모니터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KBS와 MBC는 모니터 기간 (4월17~27일) 중 자사 메인뉴스를 통해 각 1건(KBS는 단신으로)씩의 리포트를 하는 데 그쳤다. 이는 모니터 대상이 된 방송사의 각 보도 프로그램 중 가장 적은 양의 보도이며, 보도 시점도 가장 늦은 것이다. 민언련은 “KBS와 MBC는 사실상 사태를 ‘은폐’하고 있는 것”이라며 공영방송사의 언론기능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주장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한 민언련의 7개 방송사 보도량 비교(4.17~4.27) (민언련)

민언련은 보고서를 통해 KBS와 MBC의 부실한 보도 내용도 문제 삼았다. 민언련은 “26일 KBS ‘간추린 단신/검찰, ’어버이연합 의혹‘ 수사 착수(24번째 꼭지)는 그동안 밝혀진 의혹과 ’청와대 지시설‘이 무엇인지 설명도 하지 않은 채 ’서울중앙지검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보수성향 단체인 어버이연합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사건을 형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했다고만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두 마디 언급에 불과한 짤막한 단신이다 보니 ’청와대 지시설‘ 등 주요 사안은 모두 누락됐다”고 덧붙였다.


민언련은 MBC뉴스데스크의 보도(‘어버이연합에 전경련 자금 지원 의혹 수사(26일, 20번째 꼭지) 역시 “’청와대 행정관이 어버이연합의 집회에 개입했다는 기사에 대해서도 기사 내용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청와대 지시설‘을 언급”했지만 “청와대의 ’집회 요청 협의와 자금 수령 시기 등 구체적인 내용이 모두 누락됐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KBS는 앞서 지난 21일 이재석 KBS 국제부 기자가 자사 라디오 방송에서 JTBC와 시서저널 등 언론보도를 인용해 전한 것 등이 부적절하다며 소식을 전한 다음 날 기자를 돌연 교체한 바 있다.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의동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실에서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탈북자 알바동원' 언론보도 관련 반박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9일 이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두 공영방송사는 단순히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것이 아니다. 철저하게 보도를 은폐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고의적으로 침해했다”면서 “KBS와 MBC는 이러고도 공영방송이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가. 이러고도 국민을 위한 방송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공영방송인지 심각하게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이날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두고 주류 언론들이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내놨다. JTBC, 경향신문, 한겨레신문, 한국일보 등이 해당 의혹을 적극적으로 파헤치고 있는 반면 KBS, MBC, SBS, TV조선, 채널A, MBN,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등은 그렇지 않아 관련 소식보도를 대하는 태도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방송사의 경우 JTBC가 이 기간 압도적으로 많은, 총 49건의 보도를 낸 것으로 나타났지만 SBS, TV조선, 채널A, MBN 등 지상파와 종편 채널의 보도의 양과 질 모두 불충분했다는 지적이다.


민언련은 “SBS의 경우 21일,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뒷돈을 제공했다는 의혹’을 보도했지만 이는 JTBC가 이미 19일 입출금내역까지 공개하며 폭로했던 사안”이라며 “22일과 23일에 걸쳐 전경련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시인하고 청와대 지시설은 부인하면서도 ‘협의 사실’은 인정한 어버이연합의 해명 기자회견 내용을 그대로 전했다”고 부연했다. 이어 “채널A와 MBN도 20~22일에 걸쳐 비슷한 내용을 보도했다”며 “JTBC가 폭로한 주요 사안들에 비하면 사태의 전반을 스케치하는 수준에도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민언련은 TV조선에 대해선 “JTBC를 제외한 6개사 중 가장 많은 11건을 보도했지만 청와대를 감싸는 등 ‘물타기’ 의도가 엿보이기도 했다”고 전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에 대한 보도 태도의 차이는 신문사의 경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모니터가 이뤄진 4월18~28일 기간 경향이 41건, 한겨레가 37건, 한국이 23건의 기사를 게재했지만 중앙은 7건, 조선은 4건, 동아는 단 2건을 보도하는 데 그쳤다. 첫 보도시점 역시 경향과 한겨레는 20일이었지만 조선은 22일, 중앙은 21일, 동아는 23일이었다.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한 민언련의 6개 주요 일간지 보도량 비교(4.18~4.28) (민언련)

민언련은 경향, 한겨레, 한국의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이번 사태에 얼마나 깊숙이 살펴보는 것” “이번 사태의 배경에 청와대와 국정원이 있음을 부각” “언론의 관련보도 은폐에 대한 문제제기” 등이 이뤄졌다면서 조선, 중앙, 동아의 보도에 대해서는 “‘추선희 사무총장·박근혜 대통령 발언만 ’마지 못해‘ 전달” “관제시위 문제점 철저히 외면” “국정원 개입의혹 철저히 침묵”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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