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은 동영상이 대세"…새 콘텐츠 장착하고 잰걸음

모바일 비디오 수요 급증
동영상 콘텐츠 제작 활발
고품질 프로그램 속속 출현
방송뉴스와 다른 포맷 눈길
한자리수 인력에 투자 부족
이용자 실제 수요와 괴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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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들이 동영상을 만들지 않으면 경쟁력을 잃고 파산하고 말 것이다.” 뉴욕타임스·르몽드·이코노미스트·파이낸셜타임스를 혁신한 이노베이션 미디어 컨설팅 그룹의 후안 세뇨르 수석부사장은 동영상 서비스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비롯해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유통되고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로 동영상을 소비하면서 모바일 시대 동영상 서비스 제공이 더욱 중요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5년 신문혁신 글로벌 리포트’에 따르면 2013년 동영상은 전 세계 웹 트래픽의 66%를 차지했고, 2018년에는 79%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또 보고서는 동영상이 텍스트로 이루어진 기사보다 12배나 더 많이 공유됐다고 분석했다.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은 국내 언론도 익히 인식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언론사가 동영상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시기는 2005년 전후다. 당시 조선일보와 국민일보를 비롯해 CBS노컷뉴스, 동아일보, 중앙일보 등은 인터넷 뉴스브랜드를 통해 기획영상과 뉴스 브리핑 등을 선보이며 독자들에게 영상 뉴스를 전했다. 2007년부터는 세계일보, 한겨레, 서울신문 등 약 10여개 사가 홈페이지를 통해 동영상 서비스에 나섰다. 이런 흐름은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 이용자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유튜브, 페이스북, 아프리카TV 등 동영상 플랫폼이 성장하면서 동영상 콘텐츠 소비는 극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15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이동형 단말기를 통한 인터넷 이용률은 2014년 69.5%에서 2015년 73.5%로 4.0%포인트 상승했고, 2010년 첫 조사 대비 42.2%포인트 증가했다. 이와 더불어 SNS 이용률 역시 전년 대비 3.6%포인트 상승했다.


▲동영상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국내 언론사들도 다양한 동영상 제작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오마이TV의 세월호 2차 청문회 생중계 영상.

언론사들은 이러한 흐름에 따라 다양한 동영상 제작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겨레는 한겨레TV를 통해 시사·보도, 교양·라이프,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카테고리별로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김보협의 ‘더 정치’’ ‘한겨레 다큐’ ‘법조예능-불타는 감자’ ‘말풍선 브리핑’ ‘어쩌다, 음악’ 등 TV프로그램 못지않은 높은 질의 동영상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도 오마이TV를 통해 생중계와 오디오 팟캐스트 중심의 동영상을 독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을 비롯해 짧은 호흡의 ‘레알영상’ ‘말말말’ 같은 동영상을 유튜브, 페이스북 등으로 공유하고 있다. CBS노컷뉴스도 노컷V를 통해 현장 위주의 동영상 ‘NocutView’와 역사강좌인 ‘심용환의 근현대사 똑바로 보기’, 토크쇼 ‘변상욱-김갑수의 스타까토’ 등을 제공하고 있다.


방송 채널을 보유한 언론사들도 별도의 동영상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SBS는 동영상 서비스 비디오머그를 통해 ‘생생영상’ ‘블박영상’ ‘5컷’ ‘그때뉴스’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고, 팟캐스트 ‘골룸(골라듣는 뉴스룸)’ 역시 서비스하고 있다. 4개월 전부터는 유튜브 전용 콘텐츠인 ‘익스플레인드(Explained)’를 만들고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생중계로 해설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중앙일보도 기자가 직접 택시를 운전하며 인터뷰하는 ‘보이스택싱’을 비롯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48시간 밀착 취재 등 다양한 동영상 콘텐츠 제작을 시도하고 있고, 조선일보도 ‘뒤카’ ‘Video C’같은 비디오클립 형태의 동영상을 따로 제작하고 있다.


▲위부터 한겨레TV의 ‘김보협의 ‘더 정치’’, 노컷V의 ‘심용환의 근현대사 똑바로 보기’, SBS의 ‘비디오머그-블박영상’ 캡처.

동영상 서비스가 모바일 시대의 돌파구가 될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동영상 제작에 대한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제대로 된 수익 모델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언론사들은 유튜브 광고 수입과 별도의 동영상 광고 수입으로 수익을 얻고 있지만 사실상 인건비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준이다. 김윤상 오마이TV 팀장은 “수익 모델을 구성한다는 건 냉정히 얘기하면 어렵다”면서 “우리 같은 경우 ‘장윤선·박정호의 팟짱’에 광고가 꾸준히 들어오기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정승권 CBS 스마트뉴스팀장도 “아직 별다른 수익구조는 없는 상황이지만 새로운 세대들에게 CBS의 브랜드와 정체성을 알린다는 가치 면에서 동영상을 제작하는 것”이라며 “동영상 시장이 커지면 정보 전달 관점에서 네이티브 광고 등을 통한 수익 모델도 조심스럽게 접근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투자가 없는 탓에 인력난도 심각하다. 국내 언론사 동영상 제작 인력 규모는 대부분 10명 내외로, 주요 언론사들이 동영상 서비스를 확장했던 2008년과 비슷한 수준이다. 40~60명의 인력을 바탕으로 하루 20~60개의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는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과 비교해 터무니없이 적은 인력이다. 박종찬 한겨레 기자는 “PD 혼자서 기획, 녹화, 편집, 송출 등을 담당하는 1인 방송 체제와 비슷하다. 생산성은 높지만 기술력은 약하고 사고 위험성이 높은 시스템”이라면서 “시스템이 필요한데 사람을 쪼는 방식으로 일을 시킨다. 특히 플랫폼끼리 동영상 경쟁이 붙으면서 플랫폼에 맞는 영상을 따로 제작해야 하는 번거로움까지 생겼다”고 토로했다.


언론사들이 제공하는 동영상 콘텐츠와 실제 수요에 괴리감이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언론사다 보니 버즈피드 같은 영상을 무턱대고 따라할 수만도 없어 고민”이라며 “사람들이 재미를 느끼면서도 시사성이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종합일간지 한 관계자도 “다들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는데 정작 콘텐츠 내용은 수용자들의 수요와 괴리된다는 생각이 든다”며 “시장은 아직 작고, 플랫폼 다변화 시대에 파편화만 가속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동영상 서비스는 텍스트보다 차별성이 있고 언론사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인식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심석태 SBS 뉴미디어실장은 “상당히 많은 양을 저널리즘적 맥락에 담아 만드는 게 쉽지만은 않다”면서도 “금방 베낄 수 있는 텍스트와 달리 동영상은 타 언론사와 차별성이 있다. 조금 더 충실하고 다양하게 방송뉴스에서 다루지 못한 내용을 담아낸다면 시청자들이 만족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겨레 한 관계자도 “독자들이 우리에게 ‘태양의 후예’를 만들어 달라고 하겠나. 우리는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이 존재 이유”라면서 “독자들이 즐겁게 놀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더불어 광고 효과까지 생긴다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는 “부작용이나 폐해는 일견 맞는 지적이지만 지금은 동영상 서비스의 과도기로 보여진다”면서 “각 언론사가 얼마나 적정한 투자와 품질 유지를 하느냐에 따라 비즈니스 모델도 구축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그런 투자를 감당해낼 수 없는 언론사는 이 시기를 거쳐 교통정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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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언론도 동영상 서비스 분주
비디오클립에서 뉴스 영상, 여행정보까지


지역 언론들도 최근 온라인TV를 개국하는 등 동영상 서비스 제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대응하는 한편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다. 기자협회보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동영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역 언론은 대략 23곳 정도다. 이들 대부분은 현장 영상 중심의 비디오클립 등 기초적인 수준의 동영상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언론사는 현장 영상에 그치지 않고 기자나 아나운서가 직접 스튜디오에서 뉴스를 전하는 동영상이나 생활·여행정보 등 별도의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한다. 광주매일신문이 지난해 12월 개국한 광주매일TV는 ‘주간뉴스브리핑’ ‘한눈에 보는 광주매일신문’ 등 뉴스 영상과 함께 지역 정치인이나 문화인들과의 토크나 대담 영상을 꾸준히 올리고 있고, 충청일보는 충청일보TV를 통해 ‘충청 문화산책’ ‘뉴스있슈!’ ‘우리말툰’ ‘박광호의 사설 돋보기’ 등 다양한 시사·문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매일신문도 ‘2분영상’을 통해 종이컵으로 셀프 네일을 하는 방법이나 시장에서 3만원으로 세 명이서 세끼 먹기 등 생활·건강, 여행정보를 제공하고 있고, 한라일보는 최근 ‘BJ 뚜스커버리가 전하는 생활 탐사채널’을 통해 클린하우스 수거 실태를 지적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시도를 하고 있다.


▲지역 언론들도 생활·여행 정보 등 별도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사진은 매일신문 ‘2분영상’ 캡처.

하지만 서울과 지역의 체감 온도가 다른 탓에 지역에서 동영상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모바일 등 온라인 접근성이 서울보다 떨어져 동영상 서비스 제공에 대한 필요성이 떨어지고 그만큼 투자도 저조한 탓에 기술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김태형 매일신문 뉴미디어부장은 “지역에서 동영상은 전체 콘텐츠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 구색 맞추기 용이다. 게다가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리면 그때부터는 중앙 언론사와 경쟁을 해야 한다”며 “그만큼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투자가 필요한데 공급자 입장에서는 수익도 잘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변화하는 환경 때문에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적당히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아직도 오프라인 위주의 제작 방식이 주요한 지역 언론에서 기자들의 인식 개선을 주문하는 것도 어려운 과제다. 박준수 광주매일신문 기획관리실장은 “그동안 신문 제작에 익숙했던 기자들에게 동영상이라는 새로운 과업을 주니 저항이 심했었다”며 “외부 기자를 초빙해 강연을 여는 등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기자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난 만큼 그에 대한 보상을 많이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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