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청년리포트: 3개국 38명의 청춘 이야기

제305회 이달의 기자상 전문보도 / 한국일보 김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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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김경준 기자

삶이 팍팍하고 힘들다는 얘기는 지난 한 해 동안 귀가 닳도록 들었다. 그 중에서 누가누가 더 힘든가 경쟁하듯 더 치열하게 살아가는 학생들과 직장인들의 얘기를 발굴해 다루는 기사들은 나름대로의 의미에도 불구하고, 그 나물에 그 밥 같았다.


청년들의 표현을 빌리자면, 남들이 힘들게 산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해도 자신의 삶은 ‘1’도 바뀌지 않는다. “기성세대로서 젊은이들에게 이런 세상을 안겨줘서 미안하다”는 자책 섞인 위로나 “현실에 타협하지 말고 분노하라”는 조언도 공허하다.


청년들과 자주 만나는 활동가들은 청년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는 내게 “힘든 현실을 들춰내기 보단 희망과 긍정을 얘기해달라”고 했다. 탈진 상태의 청년들에게 ‘긍정 요법’이 효과가 있을진 모르지만, 그래도 더 어두운 암울을 얘기하느니 가느다란 빛이라도 보여주는 게 낫겠단 생각에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노오력’해도 ‘노답’인 ‘헬조선’에서 지금 당장 청년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관계’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대학생은 취업될 때까지 연애도 안 하고, 친구도 안 만나고, 쓸데 없는 연락도 다 끊고 지낼 생각이라고 했다. 취업에 모든 걸 쏟아붓겠단 의지의 표현일테지만 바꿔 말하면 자신을 외곬으로 몰아넣는 일이기도 하다. 스스로 관계를 단절시키는 건 분명 ‘배수의 진’일수는 있으나 실패를 딛고 일어나는 데는 치명적이다. 비단 이 친구만의 얘기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직장인, 영세 자영업자, 워킹맘, 심지어 초등학생과 유치원생마저도 각자도생 현실 속에서 배수진을 치며 살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청년들이 취업, 결혼, 주거 측면에서 우리보다 더 열악하거나 혹은 여유롭다는 사실은 부차적이다. 그들이 관계를 매개로 어떻게 사회적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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