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고 싶다, 누명 씌워 해고하면 범죄 아니냐고"

박성제 MBC 해직기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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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제 MBC 해직기자

“집회 보고 있었는데 해고
당시 바로 복직될 거라 생각
이렇게까지 갈 줄 몰라…”

“공영방송이 권력기관과
추악한 거래 정황 드러나
MBC 내부자들 버려질 것”


2012년 파업 당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증거가 없다는 걸 알고도 해고시켰다’는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의 녹취록이 공개됐다. 녹취록에는 고발 프로그램들을 통제했고, 보수매체 편집국장에게 기사 청탁을 하는 정황도 드러났다. 부당해고의 당사자인 박성제 기자는 최 PD와 함께 백종문 본부장의 해명을 듣기 위해 매일 MBC를 찾아 면담을 신청하고 있다. 기자협회보는 지난달 29일 박성제 기자와 전화 통화를 갖고 현재 심경과 앞으로의 대응 방침을 물었다.

-녹취록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들었나.
“사실 짐작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충격적이진 않았다. 결국 ‘드러날게 드러나는구나’ 사필귀정이라고 생각한다. 가족들은 분노했다. 그렇다고 다른 해고자들이 잘못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 않나. 죄없이 해고된 건 똑같다. 노조를 제압하는 일환으로 증거 없이 일단 자르고 보자. 기를 꺾기 위한 수단이었다.”


-사내 반응은 어떤가.
“선후배 조합원들은 분개하고 있다. 경영진은 매일 면담신청하고 있는데 성명서를 통해 물타기만 하고 있다. 오늘도 백 본부장을 비롯한 당시 인사위원들 보려고 왔는데 로비부터 막았다. 못 들어오게 막고 차도 나오지 않았다. 아마 지하주차장에서 다른 출구로 나가고 있는 것 같다.”


-2012년 당시 해고 과정은.
“당시 아침뉴스 팀장으로 일했다. 보직자들은 파업에 참여하면 정직을 당했다. 그때 그래서 정직 상태였는데 또 인사위원회에 회부된 거 보고 이상하다 싶었다. 회의 때 갑자기 CCTV를 보여줬다. 야외 집회 때 한쪽에서 다른 고참 조합원들과 후배들 집회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이었다. 그걸 보고 지휘하는 거라며 해고를 한단 거였다. 당시 김재철 사장이 해고시키라고 하니까 빌미를 찾아야 하는데 이진숙 당시 기획홍보본부장이 사진을 구해서 들이민거다. 말이 되나. 기물을 파손하거나 욕설을 한 것도 아니고 멀찌감치 후배 옆에 서있는 모습을 가지고 지휘를 했다고 하다니. 후배들은 이해를 못했다. 가슴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그랬다. 당시엔 바로 복직될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갈 줄 몰랐다.”


-사측 해명에 대해서.
“파업을 독려했다는 둥 김재철 사장의 귀갓길을 방해했다는 둥 그런 건 수백여 명이 한 거다. 해고사유로 적절치 않다. 그런 말 자체가 불충분한 증거고 할 말이 없단 걸 인정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사측은) 대응할수록 그런 게 드러나니 앞으론 더 이상 대응안하고 무시로 일관할 것이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30분께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2012년 파업 때 해고된 박성제 기자(오른쪽)가 백종문 문화방송 미래전략본부장(왼쪽)에게 해고 이유 등을 묻기 위해 다가가려다 제지당하고 있다. (MBC본부 제공)


-녹취록 파문이 시사하는 바는.
“영화 내부자들과 같다. 공영방송이 다른 권력기관들과 이익이 맞아떨어져서 추악한 거래를 한 정황이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해고가 나온 거다. 국민의 재산인 공영방송에서 경영진들이 극우매체 언론인들과 손을 잡고 서로간의 이익이 맞아 거래를 했다는 거다. 그 이익은 지극히 사익이다. 폴리뷰는 출연이나 광고, 배너 영향력 등 금전적 이익을 기대하고 MBC와 접촉을 한거고, 경영진은 자기네들 노조를 비판해줄 언론이 필요한데 사실상 논리가 안되니까 그런 역할을 해줄 매체가 필요했다.”


-백 본부장을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
“노조 초창기엔 부위원장까지 한 인물이다. PD수첩도 열심히 했다. 초심엔 다 같이 노조를 만들고 비슷한 생각이었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권력에 굴종하고 힘 가진 자들에게 길들여지는 맛을 아는 순간 사람이 어떻게 바뀌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언론인이다. 본부장을 만나면 정확하게 묻고 싶다. 당시 인사위원 중에서도 반대하는 위원들이 있었다고 알고 있다. 녹취록을 보면 일단 증거가 없어도 재판해서 받아주면 되고, 부당해고로 판결이 나면 그냥 밀린 월급만 주면 되는 거고 민형사상 책임을 안지면 된다고 생각하는데, 판례를 보면 그렇지 않다. 특정 노동자를 몰아내기 위해 누명이나 혐의를 씌워서 해고시키면 범죄다. 이걸 말씀드리고 싶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결국 모두 권력의 소모품일 뿐이라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 굴종해봤자 버려지는 게 자명하다. 경영진들도 똑같은 전철을 밟게 될 거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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