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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이 먼저라고 전해라~” 경향·중앙, 종이신문 뛰어넘기

경향·중앙, 디지털 이동

강아영 기자2016.01.13 14:53:47

경향, 디지털 중심 편집국
콘텐츠 온라인 유통 우선시
정치부 등 편집자 전담 배치
국장직속 미래기획팀 신설

중앙, 인쇄매체 시스템 통합
콘텐츠 생산·제작 분리 추진
아침뉴스팀 신설, 보완 나서
온라인, 단독·기획 비중 높여


“경제부입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후보자 청문회 내용과 어제 금융시장 동향 위주로 온라인에 기사 송고했습니다. 오늘 선출고는 은퇴자 3명 중 1명이 배우자와 함께 있는 시간을 줄이고 싶어 한다는 기사고요. 온라인에 먼저 송고 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오늘 농협중앙회장 선거 결과도 나오는 즉시 올리겠습니다.”


12일 오전 11시 시작된 경향신문 콘텐츠회의에서는 각 부서마다 짧고 간결한 브리핑이 이어졌다. 부장들은 PV(페이지뷰)를 포함한 온라인 실적과 오늘 쓸 속보 기사, 선출고 기사 등 콘텐츠 내용을 간단하게 보고했다. 경향신문이 지난 4일부터 오전 지면회의를 콘텐츠 회의로 개편하고, 종이신문에서 디지털로 무게 중심을 옮기며 생긴 변화다.


▲경향신문은 지난 4일부터 오전 지면회의를 콘텐츠 회의로 전면 개편했다. 사진은 12일 오전 진행된 부장회의 모습.

2013년과 2014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가 종이 신문 중심에서 디지털 중심으로 진화를 시도하면서 국내 언론사들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다양한 방식의 ‘디지털 퍼스트’ 작업을 진행해왔다. 멀티미디어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 통합CMS를 구축했고 인터랙티브 뉴스, 카드뉴스 등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생산했으며 전용 웹페이지와 SNS 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더 많은 독자에게 뉴스를 유통시키려 노력했다.


부분적, 산발적으로 이뤄져 왔던 이러한 시도들은 그러나 올해 들어 ‘전사적(全社的)’인 혁신 작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 사양산업으로 분류되는 신문 산업에 생존을 위한 회사 차원의 혁신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신문이 한 예이다. 경향신문은 ‘지면 만드는 편집국’을 ‘콘텐츠 만드는 콘텐츠국’으로 바꾼다는 방향 아래 최근 편집국 조직개편 등의 디지털 혁신 작업을 진행했다. 핵심은 부장에 있다. 부장은 지면에만 신경 쓰던 예전과 달리 지면과 웹, 모바일, SNS 4개 디바이스를 총괄하는 한편 여기에 보낼 콘텐츠를 구상 및 주문·제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침 부장회의도 지면 중심 회의에서 콘텐츠 중심 회의로 바뀌었다. 아침에 어떤 온라인 콘텐츠를 만들어 보낼 것인지, 이후에는 어떤 온라인 콘텐츠를 전송할 것인지 보고하는 자리가 됐다. 이전에 지면이 7~8, 온라인은 2~3정도의 비율이었다면 빠른 시일 내에 5:5, 좀 더 정착한 후에는 4:6으로 역전 시키려는 목표다.


정치, 경제, 국제, 사회부에는 편집부 기자가 따로 전담 배치됐다. 이들은 매일 오전 부장회의 시간에 모바일팀 주재로 미팅을 갖고 그날의 킬러 콘텐츠와 시간표 등을 논의하고 있다. 콘텐츠를 더 좋게 포장할 방법을 의논하고, 그날 내보낼 콘텐츠를 시간대별로 얼추 나누기도 하며 내일 아침 출근 시간대에 내보낼 콘텐츠를 따로 분류하는 등 콘텐츠 유통 전체를 관장한다. 또 각 부장과 함께 하루 종일 온라인 상황을 점검하며 독자들의 반응에 따라 1단 짜리 기사를 톱기사로 키우기도 하고, 톱기사를 휴지통에 버리기도 하며 지면을 만든다.


편집국장 직속의 미래기획팀도 만들어졌다. 이들은 디지털 혁신전략과 관련된 국내·외 사례를 연구하며 편집국장에게 리포트를 보고하는 싱크탱크 역할을 하고 있다. 혁신적인 콘텐츠의 즉각적인 시도, 디지털 수익모델 창출 등을 주요 연구로 삼고 있다. 박래용 경향신문 편집국장은 “새해부터는 우리가 아예 인터넷매체라는 생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며 “개혁이나 혁신은 하루라도 독려하지 않으면 50% 후퇴한다. 도저히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끔 ‘불가역적’ 수준으로 디지털 혁신을 진행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중앙일보도 지난해 말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콘텐츠 생산과 제작을 분리한 과감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중앙일보, 중앙선데이, 시사매거진 소속 기자들을 모두 뉴스룸에 넣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주방으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독일의 ‘디벨트’처럼 중앙일보는 이들이 쓴 모든 기사를 온라인에 올리고 온라인 기사는 신문제작, 디지털제작, 선데이제작, 시사매거진제작 등 매체 성격에 맞게 재가공할 예정이다. 다만 하루아침에 될 수 있는 일이 아닌 만큼 2~3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갖고 있다.


중앙일보는 혁신보고서의 내용 중 ‘뉴스는 흐름이다’라는 데 중점을 두고 ‘Seamless News(중간에 끊어짐이 없이 아주 매끄러운 뉴스)’ 공급을 위해 편집국장 직속으로 아침뉴스팀도 신설했다. 아침뉴스팀은 조간신문이 제일 취약한 아침 시간대를 채우기 위해 새벽 5시부터 오전 11시까지 근무하는 팀으로 국제기사, 국제경제기사 등을 재빠르게 디지털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외에도 24시간 여백이 없는 뉴스 제공을 위해 오전시간, 점심시간, 퇴근시간에 맞춰 온라인 기사가 송고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그동안 속보 위주의 온라인 기사가 대부분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단독, 기획 등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굳이 신문에 목매지 않고 독자들이 편한 시간에 뉴스를 볼 수 있게끔 한 조치다.


회의 문화도 바뀌었다. 오전 첫 회의는 디지털회의로, 디지털에서 어떤 기사를 중요하게 다룰 것인지 결정하고 부장들이 온라인 출고 기사를 시간 단위로 보고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의가 끝난 후에야 부국장급의 에디터들이 모여 신문 제작 회의를 한다. 김영훈 중앙일보 디지털제작실장은 “단순히 디지털 기사를 늘리는 것보다 뉴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며 “페이스북 등 SNS에서 유통되는 뉴스, 중앙일보 홈페이지를 통해 유통되는 뉴스, 종이신문에 유통되는 뉴스가 조금씩 형식이 다를 수 있다. 각 플랫폼별로 맞춤화된 뉴스를 생산할 수 있게끔 효율적이고 즐거운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도 지난해 말 ‘정치BAR’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온·오프를 넘나드는 콘텐츠 실험을 하고 있다. 동영상, 팟캐스트, 온라인 기사가 공존하는 이곳에 정치인 인터뷰가 한겨레TV로 방송되면 온라인 콘텐츠를 정리해 올리고 한 번 더 가공해 신문에 싣는 식이다. OSMU(One Source Multi Use·하나의 자원을 토대로 다양한 사용처를 개발해내는 것)이자 디지털과 신문을 동시에 다루는 방식으로 한겨레는 이를 하나의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보고 모든 부서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봉현 한겨레 미디어전략부국장은 “새로운 CMS가 2월부터 적용되면 회의 방식을 비롯해 디지털과 종이신문 제작 공정이 변화할 것”이라며 “디지털로 무게 중심이 이동하겠지만 그렇다고 종이신문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융합적으로 설계할 것이다. 적어도 6개월 이상의 시간적 여유를 갖고 혁신을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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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20% 늘어난 듯”  “더 빨리 혁신했으면”
기자들 디지털 혁신 온도차


언론사들의 디지털 혁신 작업을 취재현장에서 실행하고 있는 기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기자들 다수는 업무가 늘어나 부담스럽다는 의견을 보였다. 중앙일보 A기자는 “내가 속해 있는 부서만 하더라도 온라인 출고량이 많이 늘었다”며 “예전에는 특별히 이슈화되는 기사만 챙겼는데 이제는 웬만한 기사들은 다 출고하는 것 같다. 오전에 아침 보고를 올린 후에 온라인 기사를 계속 써야 하는 것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 불만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B기자도 “업무가 20%는 늘어난 것 같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C기자는 부장·차장의 역할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C기자는 “부장·차장 기자가 변화된 업무에 익숙지 않다보니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는 일만 더 늘었다고 생각하는 기류가 있다”며 “가이드라인은 온라인에 얘기되는 것을 먼저 쓰고 후에 지면에 담자는 건데 아직까지 지면에 안 들어가는 기사도 온라인으로 보내라는 사고방식이 있다. 관리자들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력에 대한 투자를 주장하는 기자도 있었다. 한겨레 D기자는 “온라인 기사를 지면에 그대로 옮기는 경우는 거의 없고 보통 재가공을 하는데 이 작업이 쉽지만은 않다”면서 “기자뿐만 아니라 부서장들도 전혀 쉴 수 없다. 인력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정 안 되면 기존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이라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회사가 디지털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데 동의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해보자는 기자들도 있었다. 중앙일보 E기자는 “어차피 디지털이라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이다. 그런 상황에서 회사가 방침을 제시한 것에 공감하고 있다”며 “평기자들 사이에서는 좀 더 빨리 혁신했으면 좋겠다는 여론도 있다. 워낙 소용돌이의 한가운데라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현장에서도 어떻게 하면 디지털에 맞는 기사를 출고할 수 있을까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F기자도 “회사가 디지털 쪽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면서 “하루아침에 지면 중심으로 판을 짜던 습관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이 길로 가는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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