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에서 감정을 떼내는 글 훈련을 받은 건 약 2년 전, 전(前) 직장인 매일경제신문에서 일할 때였어요. 교육부와 서울시교육청을 출입하면서 당시 오피니언부장이었던 이창훈 선배(현 매경 논설위원)로부터 기자 칼럼을 여러 번 데스킹 받았죠. 교육청의 예산 집행, 교학사 교과서 등 여러 이슈가 불거지는 과정에서 제 칼럼의 비판 대상이 전교조·서울시의회·시민단체를 오가자, 이 선배는 제게 사감(私憾)을 절제해야 할 필요성을 여러 번 강조하셨습니다. 칼럼에 녹인 시각이 합리적인지, 독자의 알 권리보다 편견에 좌우된 건 아닌지 등에 대해서 말입니다.
이 선배의 조언 끝에 한층 ‘톤다운’ 된 칼럼이 지면에 실리면, 오히려 ‘세게’ 지적한 당사자로부터 진심이 담긴 이메일 답변을 받은 게 여러 번이었어요.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사실 친정을 떠난 이후 저는 이 선배께 제대로 인사드린 적이 없답니다. 그동안 이 선배는 논설위원으로 직위가 바뀌었고, 저는 현재 몸담은 회사에 적응하면서 각자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었죠. “술 한잔 하자”며 잡은 일정도 번번히 미뤄졌답니다.
요즘 이 선배는 ‘인생 이모작’을 준비하고 계세요. 매경의 사내 벤처 공모에 선정돼 테헤란로에서 벤처 설립을 준비하고 계시지요. 올해 4월 출간된 소설 ‘라이언-퇴계 이황이 된 고교 일진’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글의 시점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면서 독자의 흡인력을 이끌어내는 책입니다. 꼭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기자의 전문성은 균형잡힌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선배는 그 기초를 쌓는데 큰 도움을 주신 분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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