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 직시하라던 중앙일보 장주영 선배

[기자가 말하는 기자] 김인경 농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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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경 농민신문 기자

2007년, 그해 여름은 유난히 무더웠다. 이랜드 사태로 서울 상암동 홈에버에 공권력이 투입되던 밤, 조용하고도 뜨겁던 그 현장에서 가슴이 쿵쿵 뛰었다. 중앙일보 인턴기자로 사회부 선배들을 졸졸 쫓아다니던 때다. 나는 의욕만 흘러넘쳐 현장에서 함께 흥분하던 신문방송학도였다. 경찰이 들이닥치기 전 안으로 들어가 스케치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어디로 가야할지 몰라 방황하던 내 등을 잡아챈 것은 직속 사수이던 중앙일보 장주영 선배였다.


“현장 한복판으로 들어간다고 해서 꼭 현장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이렇게 뜨거운 사안일수록 오히려 멀찌감치 떨어져서 볼 때 상황판단이 더 잘 될 수도 있는 겁니다.”


장 선배의 말은 성과를 내고 싶어 조급해진 인턴의 붕 뜬 마음을 가라앉히기 충분했다. 그 후 현장은 분당 정자동의 샘물교회로 바뀌었다. 교회 목사와 신도 20여명이 봉사 혹은 선교 목적으로 아프가니스탄에 갔다가 탈레반에 피랍되는 이른바 ‘아프간 피랍 사건’이 터져 한 달 가까이 그곳에 상주했다. 전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안을 취재하는 현장에 있는 짜릿함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새로운 현장에서도 장 선배의 통찰력은 깊었다. 일부 기자들처럼 막무가내로 피랍자 가족들에게 접근하지 않았고, 뜨거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자료를 수집한 다음 본질을 꿰뚫었다. 열정만 끓던 인턴기자들에게 그렇게 선배는 취재하는 방법을 몸소 알려줬다.


그 뜨겁던 여름에서 어느덧 8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도 7년차 기자가 됐다. 가끔 취재할 때 의욕만 앞서 본질을 제대로 보지 못할 때면 늘 장 선배 생각이 난다. “남들보다 둔감하지 않은 사람이 되길 바란다”던 선배의 말을 떠올리며, 이번 연말엔 선배에게 선물 받은 자크 아탈리의 <인간적인 길>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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