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준씨 재탈북 ‘진실’을 둘러싼 언론의 ‘숨은 그림 찾기’도 드라마 같긴 마찬가지였다.
우선, 유씨의 재탈북 소식을 가장 먼저 입수한 것은 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의 김 아무개 기자. 김 기자는 비록 유씨의 일부 발언이 거짓말로 드러나 시내판에서 빠지긴 했지만, 지난 15일자 조선일보 ‘유태준 퍼즐 풀렸다’란 제목의 기자수첩에서 지난 12일 유씨 가족과의 전화통화에서 그의 귀국 소식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기자는 다음날인 13일 오전 서울 중랑구 유씨 자택으로 찾아가 만났고, 취재는 오후까지 이어졌으며 장소 역시 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로 옮겨졌다.
그러나 그 사이 유씨가 귀국했다는 사실이 연합뉴스 기자에게 포착돼, 오후 3시 20분께 유씨 관련 1보가 연합뉴스에 뜬 뒤 얼마 되지 않아 조선일보 통한문제연구소에 방송사 등 기자들에게서 “조선일보사 근처에 있으니 유씨를 만나게 해달라”는 ‘항의성’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결국 조선일보측은 코리아나호텔에서 유씨와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의 자리를 마련하는 등 사실상 기자회견을 주선했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가 시작. 14일자 조간부터 일제히 유씨의 ‘007 첩보영화’ 같은 탈출극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가운데 중앙일보 등에서 유씨 탈북 행적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선 것.
뒤이어 석간인 국민일보와 문화일보가 ‘잠입-탈옥-귀환 의문 투성이’ 등의 제목으로 유씨 행적의 의문점을 집중 거론했고 또 같은날 오후 6시 50분께엔 연합뉴스가 “유씨가 평양 보위부 감옥의 담을 넘어 탈출했다는 증언은 정부 관계기관의 조사내용과 다르다”는 정부 당국자의 발언을 보도했다.
게다가 한국일보 등이 15일자 초판에서도 거듭 유씨 행적에 문제를 제기하자, 결국 유씨 재탈북 사건을 조사한 국가정보원이 사태가 심상치 않은 수준에 이르고 있음을 감지하고 수습에 나섰다.
국가정보원은 이날 밤 10시께가 돼서야 “유태준의 탈북행적과 관련 일부 언론에서 부분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관계기관에서 합동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사실관계를 밝힌다”며 ‘유태준 재탈북 관련 보도 참고자료’를 각 언론사에 배포해 유씨 발언 내용 가운데 신문 결과와 다른 내용을 바로 잡았다.
그러나 국정원의 ‘참고자료’는 유씨의 거짓말로 결과적인 오보를 내보낸 언론에 ‘기름을 부은 꼴’이 됐다. 언론은 그 뒤 국가정보원의 늑장 대응에 ‘거짓말방조 의혹’을 제기하며 질타를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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