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도 '국정화'하겠다는 속셈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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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사내 게시판에 비판적인 글을 올린 직원을 해고했다. 직원이 뉴스 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하면 참고하고 개선하면 될 일이지만 KBS는 그런 말을 더 이상 못하도록 아예 막아버렸다.


MBC에선 타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다는 이유로 정직 처분을 받은 기자들이 정직 기간을 마친 뒤 법원에서 ‘정직 무효’를 선고받자 또다시 정직 처분을 내렸다. 이미 3개월의 정직을 마친 기자들이 대법원 승소 이후 추가로 한 달 더 정직기간을 갖게 된 것이다. MBC 경영진이 대법원의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하는 폭거를 자행한 것이다. MBC에선 징계를 받은 뒤 소송을 통해 징계가 무효로 확인되면 징계 수위를 약간 낮춰 재징계하는 것이 일상화되었다. KBS 이사회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가 일반인의 상식과 너무 다른 극우인사들에 의해 장악된 이후 공영방송에서 상식의 하한선이 붕괴돼 버렸다.


이런 가운데 EBS 신임 사장 공모가 마감됐다. 12명이 지원했는데 사전 내정설이 나오고 있는 이명희 공주대 교수가 지원자 명단에 포함됐다고 한다. 이명희 교수는 논란이 컸던 교학사 역사교과서의 대표집필자인 뉴라이트 역사학자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인한 국민적 저항이 계속되는 와중에 논란의 주역이 다른 채널도 아닌 ‘교육방송’ 사장이 되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명희 교수는 “언론계의 70%, 예술계의 80%, 출판계의 90%가 좌파에 의해 장악되어 있다”는 등의 근거 없는 주장을 펼 정도로 극단적인 이념 편향성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미 2009년과 2012년에도 EBS 사장 공모에 지원했을 정도로 EBS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EBS 노조는 이처럼 편향된 극우 역사학자가 EBS 사장이 되면 EBS 역사 교재와 역사 교육 프로그램에 개입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헌법 31조가 보장하는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노조가 강력 투쟁을 예고하고 있어 이명희 교수가 사장에 선임될 경우 EBS노조가 18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있다.


굳이 EBS 노조의 주장을 빌지 않더라도 EBS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가치관 형성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매체이다. 특히 EBS 교재는 해마다 대입수학능력시험의 주요 잣대가 되고 있다. 때문에 EBS는 어떤 방송보다 전문성과 중립성이 요구된다. 청와대가 극우인사를 사장으로 내려보내 교과서보다 먼저 EBS 교육 프로그램을 국정화하려 한다면 노조뿐 아니라 학부모와 청소년들도 강력 반발하게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방송통신위원장이 EBS 사장을 임명하는 사장 선임 구조에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방통위원은 정부여당 추천 3명과 야당 추천 2명으로 구성되어 있어 사실상 정부가 좌지우지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방송이지만 학부모들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장이 되는지 알 수 없다. 특히 최성준 위원장 체제의 방통위는 사장 후보 공모를 마감하고도 누가 지원했는지 명단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밀실에서 선임하면 낙하산 논란을 피할 수 없다. 지원자 명단을 즉시 공개하고 여론의 평가를 받도록 해야 한다. 교육방송의 사장이라면 교육과 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전문성과 경영능력, 이념적 합리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교육방송의 주 시청층인 청소년과 학부모의 눈높이에 맞는 사장 후보가 누구인지 공개적인 검증이 있어야 한다. 교육방송 사장은 선임과정부터 교육적이어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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