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

제301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 / 황석하 부산일보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황석하 부산일보 기자

부산 사상구에는 삼락천이라는 하천이 있다. 한때 주민들이 ‘똥물’이라고 부를 정도로 오염이 심각했는데, 부산시가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 예산을 끌어와 지난 2013년 6월 생태하천으로 정비했다. 쏟아 부은 예산만 무려 600억원대다.


그런데 생태하천 삼락천은 낙동강물이 유입되는 상류를 제외하곤 여전히 똥물이다. 어디 삼락천 뿐이랴. 지사천, 동천 등 부산의 하천 곳곳에 생태하천 명목으로 혈세를 투입하고도 생태학적으로 나아진 게 없었다. 본보 특별취재팀의 ‘생태하천 20년, 방향 잃은 물길’ 기획 시리즈 보도는 이 같은 현실에서 출발했다.


특별취재팀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부산시가 20년 동안 부산에서 생태하천 조성을 위해 쓴 예산만 4천억원 이상이었다. 이어 해당 자료를 토대로 부산 하천을 직접 발로 뛰면서 취재해 보니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일부 하천은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 치적을 위해 사람들이 잘 보이는 중·하류만 정비됐다. 오염된 상류는 전혀 손을 안 댄 것이다. 게다가 온천천 일부 구역은 중복 공사만 수차례 벌어졌다. 생태하천을 위해 식생 조성을 한 뒤 재해 예방을 이유로 하천 둔치를 모조리 파헤치는 일도 발생했다.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공무원들의 ‘행정 독주’도 부산 하천을 이 지경으로 만드는데 한몫 했다. 한 가지 수확이 있었다면 이번 보도를 계기로 와해됐던 하천 민관 거버넌스 회복의 단초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8월12일 열린 ‘제14회 한국 강의 날 부산대회’에서 “우리 시는 하천 정책에 시민 참여를 적극 이끌어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서 시장의 이 같은 다짐이 제대로 지켜질지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황석하 부산일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