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희로애락 나눈 이춘규 전 서울신문 국장

[기자가 말하는 기자] 최인한 한국경제 편집국 부국장 겸 한경닷컴 뉴스국장

▲최인한 한국경제 편집국 부국장

지난 14일 늦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하루 종일 내렸다. 여느 주말처럼 두 사람은 산행을 했다. 오전 7시께 집을 나서 청량리에서 용문행 중앙선 열차를 탔다. 수도권에서 꽤 험한 산으로 꼽히는 용문산(1157m)에 다녀왔다.


‘산 친구’는 이춘규 전 서울신문 국장(현 남서울대 초빙교수)이다. 2004년 봄 비슷한 시기에 도쿄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첫 인연을 맺었다. 기자보다 몇 살 위인 이 선배와의 주말산행은 올해로 12년째. 회사업무나 경조사 등 특별한 날을 빼면 연 평균 40회 이상 주말등산을 함께 하고 있다. 일본의 100명산 중 30여 곳을 동행했고, 귀국 후에도 매년 지리산, 설악산 종주를 해왔다. 우리는 등산을 하면서 그 주에 있었던 이런저런 일이나 생각을 공유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기쁜 일은 같이 축하하고, 어려운 일은 머리를 맞대고 해결책을 찾기도 한다. 이 국장은 언론사 동료이며 인생 선배다.


이 선배가 기자보다 네 살 위지만 육체적인 나이는 더 젊다. 높은 산도 훨씬 빨리 오르고, 근육도 더 탄탄하다. 지난해 55세로 서울신문에서 정년퇴직한 후 대학교수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경쟁력의 기본은 강인한 ‘체력’이다. 기자가 함께 산행을 하지 못할 경우 혼자서라도 반드시 산에 간다.


그는 현장을 중시하는 기자다. 기자의 ‘존재 의의’는 현장을 지키고 글을 쓰는 데 있다는 것을 실천하고 있다. 이 선배는 경쟁이 치열한 정치기자의 세계에서 ‘부지런한 기자’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편집국 부국장과 논설위원을 거쳐 2년 반을 정치선임기자로 현장을 지켰다.


이 선배는 끊임없이 공부하는 기자다. 퇴직 전 몇 년 동안은 저녁과 주말이 없는 날들을 보냈다. 한일 경제 전문가가 되겠다는 집념으로 늦깎이 공부를 시작했다. 전업 대학원생들도 힘들다는 경제학박사를 4년 반 만에 따 학계에서 화제가 됐다. 책도 여러 권 냈다. 요즘도 매일 CNN과 NHK를 하루에 한 시간씩 들으며 외국어 공부에도 열심이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디어업계의 경쟁 속에 이 선배는 젊은 기자들의 좋은 본보기임이 틀림없다. 기자협회 지면을 빌어 끊임없이 탐구하고,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산행 친구’ 이 선배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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