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익살스럽게 기록하는 황승택 선배

[기자가 말하는 기자] 안재만 조선비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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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재만 조선비즈 기자

나는 백혈병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드라마 속 가녀린 여주인공이 자주 걸리는 병이라는 것 정도뿐이다. 그랬던 내가 한 선배 기자의 페이스북을 통해 백혈병을 공부하고 있다.


채널A 지회장이기도 했던 황승택 선배는 지난달 27일 백혈병 확진 판정을 받고 투병 중이다. 그리고 그는 10월30일부터 페이스북에 ‘방송 기자에서 백혈병 투병 환자로’라는 제목의 투병기를 매일 연재하고 있다.


사실 투병기를 처음 접한 10월30일은 너무 놀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그 전날까지 금융위원회 기자실에서 매일 마주치던 선배가 백혈병 환자가 되다니….


처음엔 선배의 현실을 외면하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일부러 투병기를 찾아보고 있다. 이유는 선배의 투병기가 읽을 가치가 있는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투병기를 연재한다고 하면 고통스러운 문구로 가득할 것 같지만, 그의 투병기는 익살이 넘친다. 백혈병을 의인화해 대화를 나누고, 치료를 앞두고 잔뜩 긴장해 있는 본인의 모습을 희화화해 표현한다. 의사의 한마디에 겁먹은 채 재빨리 스마트폰 검색을 해보는 모습은 읽는 이를 미소 짓게 한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와 비슷한 느낌이랄까. 웃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웃으면서 읽게 된다.


그러면서도 그의 글은 사실적이다. 유머러스하게 쓰였지만 공포가 숨어 있다. 매일 밤 술을 들이켜는 내 모습을 반성하며 읽게 된다. 올해는 건너뛰려고 했던 건강검진도 그의 글을 읽고 마음이 바뀌어 예약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투병기를 쓴다면 우울한 글만 쓸 것이다. 아니, 조울증 환자처럼 하루는 긍정적인 글을, 하루는 고통에 지친 글을 쏟아낼 것이다. 그처럼 일관된 자세로 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그는 장외에서도 비슷한 처지의 환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진짜 기자(記者)다. 황 선배가 어서 빨리 병마를 물리치고 돌아와 더 많은 희망의 이야기를 전해주기 바란다. 그런 역할을 맡기기 위해 하늘은 시련을 내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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