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 기자들의 어리바리한 얘기 담았어요"

오마이뉴스 김지현·이주영·이현진·최규화 기자
블로글에 올린 글 모아 '난지도 파소도블레'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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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최규화 기자였다. 편집부 후배인 김지현 기자가 그의 꼬임에 넘어갔고 취재부에서 일하던 이현진, 이주영 기자가 최종적으로 영입됐다. 부서도, 성별도 다른 네 명의 기자가 모인 이유는 글이었다. 남의 이야기 말고 우리 이야기, 풋내기 기자이자 어리바리한 사회 초년생들이 직접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솔직히 써보자는 생각에서였다. 2012년 5월5일, 오마이뉴스 기자 4명은 상암동 근처 순대국집에서 1차를 끝내고 2차로 간 조개구이집에서 개불과 소주를 앞에 두고 의기투합했다. 팀명은 난지도 파소도블레. “오마이뉴스가 자리한 상암동은 오랫동안 쓰레기 매립장이었지만 생태계가 살아난 땅이거든요. 우리도 궁상맞은 이야기들을 모아 꽃을 피우겠다는 의미로 난지도를 넣었죠. 뭔가 있어 보이는 춤 이름도 갖다 붙이고 싶어 화려해 보이는 파소도블레도 붙였어요.”(이현진)


팀 블로그도 그때 만들어졌다. 일주일에 한 편씩, 한 달에 4개 정도의 글이 나올 수 있게 돌아가며 글을 올리기로 했다. 글의 형식은 생활글이었다. 혼자 사는 단칸방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벌레들을 잡는 ‘파브르 곤충기’가 연재됐고, 10년 전 물류센터에서 밤샘 아르바이트한 시절을 회상하며 비정규직의 고단함을 적은 글도 올라왔다. 직업이 기자이기에 기자의 얘기도 담겼다. 안철수 후보 캠프의 분리수거 쓰레기통에서 후보의 진심을 헤아리는 사회부 막내기자와, ‘그림자 노동’을 하는 편집부 기자의 생활이 담담하게 쓰였다.


▲왼쪽부터 이주영, 김지현, 이현진, 최규화 기자

블로그는 “예닐곱의 광팬이 있었다”지만 “사실 조회 수는 40만 언저리에 가까웠을” 정도로 꽤 인기가 있었다. 포털사이트 다음 메인페이지에 게시되기도 했고 여기저기서 원고를 달라는 곳도 있었다. 그렇게 글이 올라온 지 2년이 지났을까. 최규화 기자가 드디어 야욕(?)을 드러냈다. “처음부터 책을 통해 마침표를 찍고 싶었거든요. 대단히 책을 많이 팔거나 큰 의미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그저 상징으로 남기고 싶었어요. 우리가 겪었던 한 시절의 상징을요.”(최규화)


그래서일까. 4명의 기자들은 화장실에서 봐도 좋고, 라면 끓이면서 한 번 보다가 냄비 받침으로 써도 될 정도로 편하게 읽으면 된다고 당부했다. “언론사 지망생들에게 하등 쓸모없는 내용이에요. 대신 솔직한 고민을 담았죠. 나는 뭐가 되고 싶은 건지. 사실 스타 기자, 높은 보직은 허무하게 끝날 것 같거든요. 그보다 세상에 매일 좋은 물음을 던지는 사람이 되는 것은 어떨까. 남보다 좀 더 느리고, 소심하지만 이렇게 살아도 괜찮지 않느냐고 책을 통해 말하고 싶었어요.”(이주영)


그런 과정을 거쳐 같은 곳에서 시작했던 기자들은 이제 새로운 삶을 살아나가고 있다. 이현진 기자는 최근 퇴사해 이달 말 제주도로 이주하게 됐고, 최규화 기자는 좀 더 느리게 살고 싶은 생각에 지난 8월 인터파크도서 웹진 ‘북DB’기자로 이직했다. 김지현 기자와 이주영 기자는 부부의 연을 맺어 2세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끝은 아니다. “여기서 끝나기는 아쉬워요. 이주, 육아, 새로움 삶터에서 외벌이 아빠로의 고군분투 등 새로운 이야기들이 모여 성숙한 시즌 2로 돌아왔으면 좋겠습니다. 어벤져스가 모이듯 다시 만났으면 해요.”(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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