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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역량 왜 기자에게 떠넘기나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편집위원회2015.11.04 13:23:50

방송, 라디오, 신문을 불문한 많은 전통매체들이 자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디지털 재교육을 서두르고 있다. 웹을 넘어 모바일 중심으로 뉴스 콘텐츠의 소비 플랫폼이 급격하게 이동하는 현실을 피부로 체감하는 데 따른 대응이다. 종이신문 구독률은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더불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고, 라디오는 팟캐스트와 스트리밍 서비스에 위협받고 있으며, 방송은 채널 다변화를 넘어 ‘N스크린’의 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이제 디지털은 강 건너 남의 일이 아니다. 기사 어뷰징으로 페이지뷰를 올리는 ‘꼼수’는 장기전략이 될 수 없다. 저널리즘 콘텐츠를 디지털 기반 위에 제대로 세우는 것은 이제 기자들의 일이 됐다.


디지털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단순히 소수 구성원들에게 ‘위임’해서 해결할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언론계에서 뒤늦게나마 자각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환영할 일이다. 정보통신(IT) 기술을 중심으로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새로운 기술을 체화하는 것은 각 매체들이 브랜드를 구하기 위한 최선의 자구책이 되었다.


오늘의 저널리즘 가치를 잘 지키면서 동시에 내일의 IT중심 패러다임을 깊게 이해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하나는 외부에서 디지털 인재를 영입해 보충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국내 저널리즘은 아직까지는 선배에서 후배로 이어지는 도제 시스템이 여전히 강한 편이고, 좋은 저널리즘은 어느 정도의 경력이 쌓이지 않으면 구현하기 쉽지 않다는 점, 그리고 좋은 취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좋은 언론사의 시스템이 뒷받침해줘야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력 풀이 제한적이다. 다른 하나는 내부의 기존 인재들이 디지털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기사 감각을 익힌 기자들이 저널리즘에 필요한 기술을 선택, 습득하면 기사에서 바로 성과를 얻을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현재의 기자 재교육 시스템에서는 쉽지 않다. HTML같은 웹 언어, 최근 주목받는 ‘빅 데이터’를 비롯한 IT 역량은 단기교육을 받는다고 해서 바로 실무에 적용할 수 있을 정도로 늘어나지 않는다. 학위취득에 비유하자면 신문방송학과를 올A학점을 받는 동시에 컴퓨터공학이나 정보처리를 부전공으로 이수하는 것과 비슷할 것이다. 길어야 사나흘 쯤 되는 현재의 교육체제로는 기자들을 IT시대에 맞도록 재무장시키는 것은 난망하다. 그나마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방송관련 단체들이 관련 교육 프로그램을 꾸준하게 운영하고는 있으나 규모나 기간에 있어서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다. “디지털 저널리즘이란 이런 것”이라며 고개를 주억거리는 ‘맛보기’로 끝나서는 안된다. 데스크급은 향후 자사의 저널리즘이 나아갈 디지털 전략을 이해하고, 현장 취재 기자들은 실무에 적용할 수 있는 교육으로 스스로를 무장해야 한다.


각 회사들의 장기 인재전략도 점검해야 한다. 자사에 필요한 디지털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체계적인 재교육 커리큘럼을 굴려야 한다. 필요한 인재들은 외부 교육기관에 교육을 위탁하는 것도 방법이다. 기자들에게 교육비를 지원해서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인재로 길러내는 안목이 필요하다. 또한 기자들이 전통적인 ‘대면 취재’를 넘어서 검색과 데이터, 정보공개 청구를 비롯한 다양한 취재방식을 익히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말하자면 기자들에게 ‘잉여 시간’을 주어야 한다. 사람이 수면하는 동안 성장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성장하고 회복하는 것처럼, 기자들에게도 ‘디지털 기자’로 성장하기 위한 ‘짬’이 필요하다.


회사들은 ‘농군의 마음’같은 인내심을 갖고 기자들을 재교육해야 한다. 그것이 10년 뒤 언론사들이 살아남을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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