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아랑' 설립, 한국경제신문 안정락 선배

[기자가 말하는 기자] 이현택 중앙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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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택 중앙일보 기자

‘돈 없이도 기자가 되는 세상’이라는 말을 하면 약간은 뚱딴지 같이 들릴지도 모르겠다. 가까이는 법조팀 동료들로부터 로스쿨을 졸업하는데 1억원 이상의 돈이 들고, 이 때문에 사법시험 존치에 대해 논란이 거세다는 이야기는 들어봤겠지만.


하지만 기자가 되는데도 적어도 100만원은 족히 든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고참 기자들은 많지 않다. 언론사 부설 아카데미 수업료가 80만원대에 이르고, KBS 한국어 능력시험 강의에 방송스피치학원까지 치면 200만원대도 넘어서는 것이 현실이다.


돈 내고 양질의 강의를 받는 것은 좋다. 본인의 자유다. 하지만 돈이 없는 사람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내가 가졌던 의문이었다. 그 계기로 2006년 한국경제신문 신참 기자였던 안정락 선배를 알게 됐다. 그의 이름을 말하면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랑’이라는 이름을 들이대면 적어도 대한민국의 5년차, 아니 10년차 이하 기자 중 대부분은 ‘아~’하는 답이 나온다. 그는 국내 언론사 입사 문화의 산실인 ‘언론인을 꿈꾸는 카페-아랑’을 만든 사람이다.


안 선배는 소위 ‘언론고시’라 불리는 언론사 입사 시험에서 ‘정보의 민주화’를 이뤄냈다. 아랑이 생긴(2003년) 초기에만 하더라도 일부 대학의 언론사 준비반이나 특정 강사를 중심으로 언론사 입사 정보가 유통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시험이 끝난 뒤 한두 시간 내에 언론사 지망생들이 스스로 글을 올려 출제된 답을 복원하고 자신이 미진했던 부분을 복기한다. 이 역시도 안 선배가 2000년대 초중반 정립한 양식이다. 각종 상식 시험이 생겨나더라도 수험생 서너 명이 모이면 금세 스터디그룹이 결성된다. 많은 젊은 기자들처럼, 나 역시 이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 기자가 됐다.


이렇게 쓰다보니 정작 기자 안정락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했다. 2015년 8월28일자 한국경제 1면에 보도된 ‘구글 스마트워치, 아이폰도 연결해 쓴다’는 안 선배의 특종이다. 보도 이후 ‘우버기즈모’ ‘더 버지’ 등 해외 정보기술(IT) 전문지들이 후속 보도를 했었다. 하지만 예비 저널리스트들에게 ‘카페지기 안정락’이라는 이름으로 다가오는 무게에 비할 바는 아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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