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포털보고서와 포털의 갈 길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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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포털 모바일뉴스 분석 보고서’가 정치적 논쟁에 휘말리며 국감장을 달궜다. 보고서가 주장한 정치적 편향성이 자의적 기준에 의한 것이 드러나며 더 뜨겁게 달아올랐다. 보고서는 정부 부처의 명백한 잘못을 지적한 기사조차 여당에 부정적 기사로 분류, 네이버와 다음이 여당에 불리한 기사를 야당보다 10배 더 노출했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보고서의 순수성을 그대로 믿는다 치더라도 포털에 비판과 부정기사가 많다는 것은 언론이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를 충실히 했다는 것인데도, 이를 편향성으로 몰고 가는 것은 아전인수식 해석이 아닐 수 없다.


분석기간인 올 1~6월 주요 이슈를 살펴보면, 왜 포털에 정부비판 기사가 많은지 금세 알 수 있다. 세월호, 땅콩회항, 리퍼트대사 피습, 성완종 리스트, 메르스 등이 주요 뉴스를 차지했다. 정부의 독단과 실정에 국민들이 애먼 목숨을 잃었고, 재벌의 갑질에 전 국민이 분노했다. 이런 현실에 눈감고 자성은커녕 엉터리 보고서를 들이대며 정치적 편향성 운운하는 것은 번지수를 한참 잘못 찾았다.


한바탕 홍역을 치르며 여당의 정략적인 태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포털 길들이기용’이란 지적도 그 중 하나다. 자신의 입맛대로 뉴스를 마사지할 순 없어도, 밉보이면 재미없을거란 메시지를 보낸 것만으로도 여당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이번 보고서 파문으로 포털의 편향성이 주요 논점으로 부상했지만 다른 문제가 쏙 들어간 건 못내 아쉽다. 그동안 언론계에서 포털문제를 다룰 때 중요한 것은 이것이 아니었다. 기사 어뷰징을 해소하겠다며, 외부 기관들 협의체를 꾸려 논의하겠다는 것도 그 중 하나다. 실시간 검색어 장사에 대한 근절책이 없어 비난받은 사안이다.


사실 포털이 ‘파이’를 키우려고 군소 미디어업체들을 이용해 실시간 검색어 장사를 해서 배를 불린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이제와 그들을 ‘저널리즘의 적’으로 매도하며 조리돌림에 가세하고 있다. 포털이 진정 저널리즘을 생각한다면 먼저 실검 장사에 대한 해법부터 내놓아야 한다. 그래야만 어뷰징을 해소하겠다는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포털이 미디어시장의 ‘슈퍼갑’ 노릇을 해온 만큼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언론기관이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실제로 하고 있는 일은 저널리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때문에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


신문시장만 해도 구독자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독자들이 감소하는 이유 중 하나는 독자들이 요구하는 콘텐츠가 부실한 측면도 있지만, PC 웹 페이지와 모바일 웹 페이지가 거대 포털과 상대가 되지 않을 만큼 열악한 측면도 있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가 협력과 상생의 자세를 보여주고 싶다면, 앞선 개발력을 돈 버는 데만 쓸 것이 아니고 언론사 개발자들을 교육시키고 훈련시켜 수용자 친화적인 플랫폼과 콘텐츠 제작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스마트폰으로 유통되는 정보가 단발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으로 채워진다면, 당장은 재미로 빠져들 수 있어도 오랫동안 붙잡기 쉽지 않다. 장기적으론 포털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깊고 심층적인 콘텐츠가 자유롭게 유영할 마당을 포털이 제공해야 한다.


더불어 어떻게 디지털 기기를 사용해야 효율적이고 생산적일지 가르치는 교육장 역할도 맡아야 한다. 또 디지털 기기의 확산으로 독서하며 사고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이런 사회는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없다. 포털이 국민들 호주머니 털 생각만 할 게 아니라면, 문화적이고 더 창조적인 일에 지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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