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원 마음을 읽는 한겨레 송호진 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 전재호 조선비즈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전재호 조선비즈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스포츠를 담당했던 송호진 한겨레21 취재1팀장의 기사엔 취재원을 깊이 알지 못하면 쓰기 어려운 내용이 많다. 그래서 다른 신문으로 경기 결과를 봤어도 그의 기사는 꼭 다시 찾아보곤 했다. 송 선배 기사를 보면서 ‘어떻게 저런 내용까지 알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내린 결론은 취재원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이런 기사는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억지로 알아낼 수 있는 성질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송 선배, 취재원과 함께 술자리를 가진 적이 있다. 송 선배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취재원은 나에게 “호진 형은 참 좋은 사람 같아요”라고 했다. 송 선배 결혼식에서 사회를 봤던 개그맨 서경석씨도 “오늘 이 자리에 정말 많은 사람이 왔는데, 송 기자가 평소에 인덕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라고 했다.


송 선배와 같은 부서에서 근무할 기회는 없었지만 이들의 말을 들었을 때 송 선배가 평소에 취재원들에게 어떻게 다가갔는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잠시 같은 조직에서 송 선배를 봐 왔던 나에게는 취재원과 서경석씨의 말이 빈 말처럼 들리지 않았다. 요즘 취재원에 ‘갑질’하는 기자가 논란이 될 때면 나는 송 선배가 떠오른다.


송 선배의 기사를 읽으면 왠지 가슴이 따뜻해지는 느낌이 들었던 적도 있다. 기자가 어떤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느냐가 읽는 사람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그를 통해 배웠다. 좋은 사람이 반드시 좋은 기자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배울 게 없는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되는 경우도 거의 보지 못했다.


송 선배를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는 굉장히 책임감 있고 배려심이 많은 사람이다. 선배 기자가 후배 기자에게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그는 몸소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당장 불이익이 예상돼도 가야 할 길이라면 그는 주저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마 지금도 그럴 것이다.


“기쁘고 슬픈 일이 있을 때 함께 나누자.” 수년 전 송 선배와 술을 마시고 헤어질 때 송 선배가 했던 마지막 말로 기억한다. 그 사이 기쁘고 슬픈 일이 많았지만 송 선배와 함께 나누진 못했다. 다시 같은 출입처에서 만난다면 소주 한잔하면서 못다 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전재호 조선비즈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