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으름 나무라던 이준승 선배의 메모

[기자가 말하는 기자] 김선환 tbs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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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환 tbs 기자

나는 기자가 된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공정거래위원회 등 과천 경제부처 출입기자로 지내왔다. 자주 내려가질 못해서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도 세종정부청사 경제부처 출입기자다.


언론사 경제부처는 어려운 출입처 중 하나로 꼽혀 일선기자들 사이에서 기피부서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는 아니겠지만, 돌고 돌아 다시 복귀하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과천청사를 출입하던 때의 일이다.


나 역시 어려운 경제뉴스 작성에 힘들어 하던 차에 연합뉴스 영문뉴스부 이준승 선배와의 만남은 행운 같은 일로 기억된다. 단정한 옷차림과 선한 외모, 겸손함과 예의까지 갖추고 있는 이 선배는 누구나 호감을 가질만한 사람이다.


실제 당시 영문 언론사 기자들뿐만 아니라 국문 언론사 기자들에게도 이 선배의 인기는 높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숫자와 암호 같은 용어가 가득한 경제부처 자료들을 독자들의 시선에 맞게 풀어내는 능력도 대단했다. 경제 분야뿐만 아니라 정치, 외교, 국방 등 다방면에 걸친 식견으로 점심 식사 후 산책하며 대화를 나누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몰랐다.


하루 수십 건씩 쏟아지는 정책자료 처리에 지쳐가던 어느 날 우연히 이 선배의 자리에 들렀다가 책상 위에 놓인 보도자료를 보고 적잖이 놀란 기억이 생생하다. 보도자료는 브리핑 내용을 놓칠세라 빼곡히 적힌 연필메모로 가득 차 있었다.


이 선배는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이다. 백과사전과도 같은 그의 지식은 저절로 체득된 게 아니라 몸에 밴 성실함과 끊임없는 노력이 가져온 필연적인 결과였다.


오랜 부처출입생활로 타성에 젖어 가고 있는 지금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마다 회초리와도 같던 이 선배의 메모가 생각난다.
반갑게도 올해 초 세종청사에서 이 선배를 다시 만났다. 3년여 만에 경제부처로 돌아왔다고 했다. 지금도 어려운 자료해석에 비지땀을 흘릴 후배 기자들에게 이 선배의 존재가 신선한 청량제가 될 것으로 믿어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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