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필연이 아니었을까.’ 배우 박준면씨와 혼인신고만으로 결혼해 화제를 모은 정진영 헤럴드경제 기자를 인터뷰하는 내내 든 생각이었다. 기자·소설가·작곡가·음악·식물 등 그를 둘러싼 ‘키워드’는 줄곧 그의 아내와 맞닿아 있었다.
대중음악을 담당하는 그가 배우인 아내를 만난 건 그녀의 앨범 덕이다. “앨범을 들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인터뷰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알아보니 배우더라고요. 배우인 줄 알았다면 선입견 때문에 음악을 대충 들었을 거예요. 하지만 뮤지컬로 다져온 음악적 내공을 느낄 수 있는 앨범임은 분명해요. 꼭 들어보세요.”
기자와 취재원으로 만난 이들은 음악이라는 연결고리로 가까워졌다. 그 속도를 부추긴 것은 ‘식물’과 ‘소설’이었다. 그는 자타공인 ‘식물 마니아’. 14년 전부터 꽃 사진을 찍어왔고 현재 ‘식물왕 정진영’이라는 칼럼도 연재한다. 그녀를 처음 만난 날도 길을 걷다 발견한 들꽃에 관해 설명을 늘어놓았다. “그때 준면씨가 “이런 사람 생전 처음 봤다”고 하더라고요. 식물을 좋아하는 점도 닮았죠. 이 모습을 보고 마음의 문을 열었다던데요.”
▲지난 13일 정진영 기자(왼쪽)와 배우 박준면씨(오른쪽)가 서울 용산구청에서 혼인신고를 한 뒤 웃음 짓고 있다.
완성된 소설을 출판사 10여 곳에 보냈지만 그 어느 곳에서도 연락받지 못했다. ‘목숨까지 걸 정도로 최선을 다했는데 안 되는 것도 있나 보다’하고 고향인 대전으로 내려가 글쓰기로 밥벌이하는 기자가 됐다. 어느 날 큰 기대 없이 공모한 소설이 덜컥 당선돼 등단했다. 도화촌 기행을 쓴 지 3년 만이었고 처음 글을 쓴 지 11년 만이었다. 그해 지금의 회사로 자리를 옮긴 뒤 지난해엔 앨범 ‘오래된 소품’을 발표하며 작곡가로도 데뷔했다. 음악을 시작하고 18년 만의 일이다.
“결혼하자”는 정 기자의 입에서 먼저 나왔고 “결혼식 하지 말자”는 그녀가 제안했다. 사회나 축가를 수차례 맡으면서 결혼식은 ‘공장’ 같다는 생각을 해온 터였다. 스몰웨딩을 꿈꾸는 지인들에게 “부모님께 손 벌리지 말고, 가족·친지들의 압력을 이겨내야 한다”고 조언한다. “힘들 때도 있지만 음악을 기사로 써내려가는 일이 즐거워요. 제 기사로 신인이 발굴되거나 빛을 못 보던 음악들이 주목받게 되면 보람 있죠. 일 덕분에 준면씨도 만나게 됐고요. 본의 아니게 제 결혼이 화제가 됐지만 지금처럼 평범하게 아내와 잘 지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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