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초심 일깨워 준 이상민 한라일보 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한종수 뉴스1 사회부 기자

▲한종수 뉴스1 사회부 기자

후배인 이상민 기자를 소개할 때 늘 꺼내던 일화가 있다. 몇 해 전 어느 날 기사 마감 후 동료들끼리 모인 저녁식사 겸 술자리에서 우연히 옆 테이블에 앉은 일행이 이 기자를 알아봤다. 이 기자는 미안할 정도로 허리를 굽히며 인사를 했다. 잠시 후 누구냐고 묻자 출입처 홍보실 직원이라고 했다. 한참 후 술자리를 정리하고 계산을 하려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미 그 출입기관 직원들이 술값을 치르고 떠난 뒤였다. 이 기자는 이튿날 일찍 그 직원을 찾아가 술값을 고스란히 전해주고 온다.


이상민 기자는 그랬다. 밥 한번 사겠다는 기관원의 말에 늘 정중히 사양했고, 행여 명절에 선물이라도 올까봐 집 주소를 단단히 감췄던 녀석이다. 늘 약자 편에서 세상을 바라봤고 정치·자본 권력 비판에는 성역이 없음을 잊지 않았다. 언론인으로서 당연한 모습을 얘기하는 게 시시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정의구현에 앞장서야 할 기자들이 ‘기레기’로 불리며 조소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밥값 술값쯤이야 기관에서 내는 게 관행이라고 치부하는 이 바닥에서 그리 시시한 얘기는 아니지 싶다.


물론 이런 기자윤리 하나 짚고 넘어가려고 ‘이상민’ 이름 석 자를 들춰낸 건 아니다. 그의 취재 활약상을 공자님 앞에 문자 쓰듯 펼쳐놓으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쩌면 출입처 기자실에 앉아 보도자료 받아쓰기에 여념이 없는 내 모습을 위로하고 싶어서였는지 모른다. 매너리즘에 빠진 내 자신을 질타하고 가슴을 뛰게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바람일 수도 있겠다.


이 기자를 처음 본 건 옛 회사 제주도민일보 창간 멤버로 한솥밥을 먹으면서다. 네 살 어린 후배였는데 어리바리한 그의 모습을 보니 제대로 일이나 해낼까 은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이런 걱정이 기우였음을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현장 장악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고 빠른 정보력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다. 평소 어수룩한 신문기자였다가 무슨 일이 터지면 가슴팍에 S자 달고 빨간 망토 휘날리며 지구의 정의사도로 변신하는 슈퍼맨처럼, 그는 현장에서 늘 당차고 똑똑한 기자로 변하곤 했다.


현재 몸담고 있는 뉴스1으로 회사를 옮긴 후로는 그와 함께 하는 기회를 내려놓았지만 열정의 시간을 보낸 날들을 종종 떠올리곤 한다. 그는 지금 제주지역지인 한라일보에서 일을 한다. 어려운 지역언론 상황에서도 유혹에 굴하지 않고 제주사회를 묵묵히 지키는 참 언론인, 후배지만 많은 걸 깨닫게 해 준 과거처럼 지금도 내게 진실을 좇는 기자로서의 사명과 양심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늘 전해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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