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기사 온라인에 버젓이

건당 10~50만원 받고 올려
대부분 주식·의료 분야 자료
독자들 기사로 착각해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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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화를 조건으로 돈을 받고 써주는 ‘보도자료 기사’가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지고 있다.

기사화를 조건으로 돈을 받고 써주는 ‘보도자료 기사’가 도마에 오르고 있다.
보도자료 기사 서비스는 대행사로부터 일정 금액을 받고 광고주가 내는 보도자료를 온라인용 기사로 써 주는 방식으로, 과거엔 암암리에 해 왔던 것이 최근엔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전체광고 시장에서 모바일 광고는 급증한 데 비해 배너광고 등 온라인 광고시장의 성장세가 한풀 꺾였기 때문에 매출을 메우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풀이된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에서 조사·발표한 ‘2014방송통신 광고비 조사’에 따르면 모바일 광고시장은 2012년 2229억원에서 지난해 7250억원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인터넷 광고시장은 2조2388억원에서 2조3473억원으로 5%가량 성장했지만 전체 광고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1.3%에서 21.4%로 0.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하루하루 매출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온라인 부서 입장에선 보도자료 기사는 단비와 같은 존재일 수밖에 없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보도자료를 온라인 기사로 써줄 경우 해당 언론사는 보도자료 대행업체 등으로부터 기사 한 건당 10만~50만원정도 받는 게 일반적이다.


가격 책정기준은 네이버, 다음 등 포털에 정보 제공료를 받고 뉴스를 공급하는 언론사일수록 단가가 높고, 보도자료와 기사 내용이 비슷할수록 가격에 유리하다. 기업광고를 받고 제작하는 섹션 지면의 기사가 ‘광고 냄새’를 빼기 위해 노력하는 것과 달리 보도자료 기사의 경우 보도자료와 비슷할수록 가격엔 유리하다.


경제지는 주로 스탁론(주식매입을 할 때 대출서비스)이나 주식종목을 추천하는 보도자료를 많이 다루는 데 비해 종합일간지는 의료 자료 등이 주를 이루고 있다.


실제 매일경제, 한국경제, 머니투데이, 서울경제, 뉴스토마토 등 대부분 경제매체들이 스탁론과 관련된 보도자료 기사를 내보고 있다. 언뜻 기사 제목만 보면 주식시장에서의 트렌드 설명과 함께 투자 전략이나 종목을 소개하는 기사처럼 보이지만 대출서비스 광고다.


지난 6~8일 조선일보, 중앙일보, 스포츠조선, 스포츠서울 온라인판에 나온 성장판 스트레칭 운동기구 ‘더키커’도 보도자료 기사의 또 다른 유형이다. 이 기사 말미에 “‘더키커’가 오는 9일 오전 9시25분부터 CJ오쇼핑 TV를 통해 판매방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보도자료 기사의 공통점은 제품이 판매되는 시점이나 문의 전화 등의 정보를 상세히 담고 있다는 것이다. 기자 바이라인 역시 실명이 아닌 회사명이 들어가는 게 대다수다.

정도 차이만 있을 뿐 대다수 언론사들이 이런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언론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문제는 언론사는 수익을 위해 돈을 받고 보도자료를 기사처럼 공급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독자 입장에선 기사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온라인 부서의 경우 하루아침에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기 쉽지 않기 때문에 이런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더구나 매출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수록 이런 퇴행적인 사업 모델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언론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기사가 단기적 성과물이 될 수는 있지만 결국 저널리즘을 갉아먹게 돼 언론사에 득 될 게 없다는 것이다.
한 언론사 관계자는 “과거에 언론사들이 증권사 HTS(홈트레이딩서비스)에 들어가려고 했던 것은 콘텐츠 제공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라면 최근엔 보도자료 기사 때문”이라며 “증권사에서도 심각성을 알고 보도자료 기사를 빼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온라인 담당 고위 간부는 “과거 광고국을 통해 온 기사 민원이 온라인 기사 형태로 바뀐 것”이라며 “성형외과, 산부인과 등 일방적인 홍보성 자료들은 많이 걸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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