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KBS 사장 연임 무리수

이승만 망명설 보도 문제 삼아
담당부서 간부들 평기자 발령
새노조 위원장 등 9명 중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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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지난해 길환영 전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참가한 직원 9명에게 때늦은 징계 처분을 내리면서 구성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를 담당했던 보도본부 부서장들의 ‘보복성 인사’ 논란이 불거진 지 하루만의 일이어서 11월 임기가 끝나는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위해 정치권에 제스처를 취한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KBS는 지난 15일자로 지난해 5월 길 전 사장 출근 저지 투쟁에 참여한 권오훈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등 직원 9명에게 정직 4개월 등 중징계를 내렸다. 모두 KBS본부의 간부·조합원인 이들은 출근 저지 투쟁 1년 2개월 만에 징계를 받았다. 당시 길 전 사장의 보도개입설이 불거지면서 1100여명의 새노조 조합원들이 투표를 실시했고 불신임 결과가 97.9%에 달하면서 KBS본부는 1노조와 함께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인 바 있다.


KBS는 앞서 지난 14일 국·부장급 인사를 단행하면서 ‘이승만 정부 일본 망명설 보도’를 담당한 용태영 보도국 국제부 주간과 이재강 부장을 각각 심의실 심의부와 디지털뉴스국 디지털뉴스부 평기자로 발령냈다. 또 이와 관련한 인터넷 뉴스를 제작한 송종문 디지털뉴스 국장은 심의실 심의부로, 백진원 부장은 보도국 라디오뉴스제작부로 보냈다. KBS는 해당 보도 후 관련 기사를 인터넷에서 삭제했고, 지난 3일에는 이승만 기념사업회의 반론보도를 따로 전하기도 했다. 


▲KBS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의 징계를 비판하며 20일부터 무기한 항의피켓 시위에 돌입했다. 사진은 이날 피켓팅에 나선 KBS본부 조합원들의 시위 모습.

잇따른 인사조치에 KBS구성원들은 연임을 바라는 조 사장이 무리수를 둔 것이라 보고 성명과 피켓 시위 등을 통한 항의에 나섰다. KBS본부는 각각 16일 성명에서 조 사장의 이번 징계에 대해 “노조탄압, 정권홍보방송으로 청와대에 무한충성을 맹세함으로써 연임의 낙점을 얻어 보려는 뻔한 수법”이라며 불신임 투쟁을 예고했다. 기자협회 등 KBS 7개 직능협회도 “1년 전 일어난 사건을 이제야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들고 칼춤 추는 비열함에 대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날 27·38기를 시작으로 31·33·34·35·37·39·40기 등 기수별 KBS기자들의 비판성명도 이어졌다. 31기 기자들은 “(이승만 보도가) 만약 책임을 져야 할 사안이라면 보도본부의 진짜 책임자인 강선규 보도본부장이 책임지는 게 맞다”며 “이번 징계는 조직을 망가뜨린 길 사장을 퇴진시키고, 시청자들에게 용서를 구하려 했던 우리 동료들의 절실함을 모욕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새노조 관계자는 “21일 중앙집행위원회에서 수렴한 지역지부장들의 의견을 반영해 당초 계획보다 서둘러 연임 반대 투쟁에 나설 예정”이라고 했다. 사측은 이에 대해 “통상적인 인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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