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공식 외교파수꾼' 유신모 경향신문 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정호윤 연합뉴스TV 사회부 법조팀장

▲정호윤 연합뉴스TV 사회부 법조팀장

필자와는 무려 띠동갑, 나이로 보나 언론계 구력으로 보나 경향신문 유신모 선배(외교전문기자)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 시대 동년배 중엔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의 훤칠한 키까지 자랑하니 더 말해 무엇하랴.


참여정부 말, 정부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기자들이 한마음으로 맞서던 그 시절. 유 선배는 가장 격렬했던 현장 중 하나였던 외교부 기자단을 대표하고 있었다. 외교부에 처음 발을 들였던 그 때, 그래서 더더욱 그가 어려웠다.


기자실에서 얼굴을 마주하면서 그는 오래지 않아 그런 선입견을 무참히 깨주었다. 한참 아래 후배들과 조금의 거리낌도 없이 유쾌한 대화를 나눴다. 그가 있는 곳은 늘 시끄러웠고 웃음이 넘쳐났다. 항상 재미있기만 한 선배, 그런데 그 또한 선입견의 일부였다.


어깨너머로 본 선배의 취재는 날카로웠고, 기사는 거칠면서도 사려 깊었다. 어떤 취재원을 만나도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어려운 외교 용어, 복잡한 양국 관계, 지금도 요원하기만 한 북핵문제. 나는 막막할 때면 그에게 자문을 구했고, 그는 내 막힌 곳을 언제나 시원하게 뚫어주었다.


그의 진정한 매력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그와 마주앉아 술잔을 기울일 때마다 그의 거침없는 언변과 함께 펼쳐지는 치열한 토론은 항상 든든한 안주가 됐다.


그가 워싱턴 특파원 부임을 앞둔 어느 해 봄. 얼큰한 취기와 함께 아무도 없는 기자실에 들어와서 나눴던 대화들. 워낙 무덤덤한 사람이라서 내가 그 때 무슨 얘기를 했던가? 라고 되물을 것이 자명하지만, 시간이 꽤 흐른 지금까지도 난 똑똑히 기억하고 느끼고 있다.


그에겐 외교가 곧 생활이었고 삶의 일부분이었음을. 또한 아이같은 웃음 뒤에 가려져 그동안 볼 수 없었던 깊은 고민과 성찰을. 이제는 전문기자라는 수식어구를 달고 변함없이 그 때 그 무대를 밟고 있는 선배. 신문을 볼 때 마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기사를 유심히 보고 또 보며 여러 생각에 잠기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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