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지난달 24일 ‘뉴스 9’에서 단독 보도한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기사와 관련해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의 반박을 지난 3일 별도 리포트로 내보내 “굴욕적 반론”이라는 내부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더해 이인호 KBS 이사장은 이번 보도를 논의하기 위해 8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KBS ‘뉴스 9’은 지난달 24일 ‘이승만 정부, 한국전쟁 발발 직후 일 망명 타진’ 기사에서 야마구치 현의 공식 역사기록과 미군정 기록 등을 근거로 6·25 한국전쟁 당시 이승만 정부가 6만명 규모의 망명을 타진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일본이 한국인 5만 명을 수용하는 피난 캠프를 만들었다는 내용이었다. 보도 이후 보수단체들은 1인 시위, 성명 등을 통해 KBS를 압박했다. 조선일보와 종편 등도 KBS를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지난 3일 KBS '뉴스9' 보도 화면
이후 KBS ‘뉴스 9’은 지난 3일 ‘이승만 기념사업회, 일 망명 정부 요청설 부인’에서 이승만 기념사업회 측의 반론을 별도 꼭지로 제작해 방송했다. KBS는 “이승만 대통령 기념사업회 측은 정부 공식 기록이 아니라며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며 “KBS는 앞서 충분한 반론 기회를 주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보도했다.
또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항상 6.25 사변 중에서도 권총을 옆에다 놓으시고 주무셨어요” “이땅에 일본인들이 오게 되면 공산당에 겨누었던 총을 그놈들한테 먼저 겨누겠다고 그러셨거든요” 등 기념사업회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당초 보도에 대한 반론과 무관한 내용도 내보냈다. 현재 6월24일 보도는 온라인상에서 삭제된 상태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위원장 권오훈)는 6일 성명을 내고 “KBS 사측은 언론중재나 소송 등의 조정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보수단체의 입장을 전폭적으로 수용한 내용의 반론 보도를 들어준 것”이라며 “통상적인 반론보도였다면 27일 날짜 표기의 오류에 대한 수정과 우리 보도의 한계에 대한 기념사업회 측의 입장을 단신으로 전하는 정도면 됐을 내용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불필요한 유감 표명과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미화의 내용까지 담아 당초 보도와 같은 분량과 형식의 리포트로 반론보도를 내주는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굴욕적 반론보도가 나갔다”고 비판했다.
이인호 이사장은 이번 보도 경위를 논의하기 위해 오는 8일 임시 이사회를 소집했다. 이사회가 개별 보도를 위해 이사회를 여는 것은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KBS본부 측의 설명이다. KBS본부는 “공사의 독립성을 위해 존재해야 할 이사회가 개별 보도의 내용에 대해 논의하겠다는 것은 이사회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것에 다름 아니며 방송법에 보장된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전면 부정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KBS본부는 “조대현 사장이 연임을 염두에 두고 뉴라이트 학자 출신인 이인호 이사장과 보수진영에 굴복한 결과”라며 “앞으로 공정방송위원회 등을 통해 조 사장을 비롯한 사측의 책임을 분명히 물을 것이며, 이는 향후 사장 선임 과정에서 조대현 사장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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