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 기자'를 넘어선 한겨레 서정민 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강석봉 경향신문 스포츠편집·온라인부 차장

▲강석봉 경향신문 스포츠편집·온라인부 차장

“부러우면 지는 거다”란 마초적 너스레는 내게 이 세상을 살아갈 힘이다. 살다보면 부러운 인간들이 많다. 미인을 거머쥔 정지훈(비)이며, 축구공 하나로 ‘캡틴’이 된 박지성, 권력을 거머쥔 볼썽사나운 인사들까지…. 하지만 난 지기 싫어 이들을 부러워하지 않았다. 그런데 요상하게도 ‘이’ 인간을 만나면 부러워진다. 바로 한겨레 문화부의 서정민 기자다.


이 인간만 맞닥뜨리면 구한말 유머처럼 “옴메 기죽어”를 연발한다. 이 열패감은 ‘가지려한 자’와 ‘나서려한 자’의 불보듯 뻔한 싸움의 결과다. 내가 나서려 할 때, 이 인간은 가지려 했다.


‘자고났더니 스타가 됐다’는 운수대통 예언문구는 그와 맞지 않는다. ‘인간’에서 ‘그’로 서정민 기자의 칭호를 바꿔 단 이유도, 그가 걸어온 길에 혁혁히 뛰어난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빽판’이 아닌 제대로된 음반을 사나르고, 그것을 늘어지도록 듣는 우직함을 보였다. 오늘날 좋은 음악을 소개하고, 날선 비판을 할 수 있는 토대가 자연스럽게 쌓인 것이다.


그는 여기에 안주하지 않고 신문기자를 넘어 팟캐스트 ‘잉여싸롱’을 통해 또다른 독자를 만난다. 라디오·TV를 통해 ‘펜 기자’의 외연을 확대해 새로운 시대의 기자상을 만드는 전범이 되고 있다. 


일부 가요기자가 ‘가수 기자’에 천착하고, 영화기자가 ‘영화배우 기자’에 발목 잡힐 때, 그는 대중음악이라는 영역에서 자신의 자리를 하루가 다르게 공고히 하고 있다. 켜켜이 쌓인 그의 음악적 식견은 노래와 더불어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그는 최근 ‘ESC팀’으로 옮겨 새로운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 그의 페북은 ‘먹방’의 진수다. 그 덕에 내 식탁도 풍성해 졌다. 이렇듯 그를 만나면 즐거워진다.


모바일에 의지한 세상은 뉴스 콘텐츠도 속보란 날개를 달아 ‘날아가기’가 미덕이 되고 있다. 이 때 누구랄 것 없이 가볍다고 예단한 대중음악의 현실에 ‘평형수’ 역할을 할 기자로 서정민 기자를 꼽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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