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같은 사람, 경향신문 문학수 선배

[기자가 말하는 기자]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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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 국민일보 기자

기자 생활을 한 지 만 18년이 다 됐다. 2003년 초 처음 공연을 담당한 이후 수많은 타사 공연 담당 기자들을 만났는데, 경향신문 문학수 선임기자는 내가 늘 의지해온 몇 안되는 선배다. 


문 선배는 2015년 현재 언론계 공연 기자들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현장을 취재해온 기자다. 부서이동이 잦은 언론계에서 한결같이 문화부에 머물고 있는 문 선배는 특히 클래식 분야에서 명망이 높다. 그런데 경향신문 외에 오랫동안 잡지 등에도 깊이 있는 글을 써왔지만 전문기자로는 드물게 책을 쓰지 않았다. 2013년 출판된 ‘아다지오 소스테누토’가 처음이었다. 클래식계 거장들을 다룬 이 책은 음(音) 하나하나를 충분히 눌러 무겁고 느리게 연주하라는 음악 용어인 제목처럼 30년 클래식 애호가의 내공에 기자의 필력이 합쳐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문 선배는 그동안 잘 묵혔던 젓갈을 꺼내듯 ‘더 클래식’ I·II 등 책을 매년 1권씩 내고 있다. 


사실 문 선배와는 기자간담회나 공연장에서 오다가다 종종 만나지만 따로 밥이나 술을 먹으며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눴던 경우는 별로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날 때마다 선배가 해주시는 이런저런 조언에 위로를 받곤 했다. 


클래식 전문인 문 선배와 달리 나는 무용과 뮤지컬 쪽에서 나름대로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노력해 왔다. 하지만 해외 연수와 인사이동 등으로 인해 지난 몇 년간 스포츠를 담당했고, 석 달 전에야 다시 공연 담당으로 돌아왔다. 사실 공연 담당 기자가 아닐 때에도 공연 칼럼니스트라는 타이틀 아래 연극 및 뮤지컬, 무용계로부터 간간히 원고를 의뢰받아 쓰곤 했지만 6년 만에 다시 돌아오고 보니 이래저래 분주하고 피로가 몰려왔다. 문 선배는 이런 내게 “너무 마음을 급하게 먹지 말고 멀리 보라”고 말씀해 주셨다. 덕분에 나도 다시 한 번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여전히 LP판을 모으는 데서 알 수 있듯 문 선배는 100% 아날로그 감성의 소유자다. 디지털 시대의 스피드를 버거워하는 내게 문 선배는 한숨 돌릴 수 있는 휴식 같은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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