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광고탄압' 홍보수석 작품인가

박근혜 대통령 비판 기사에
홍보수석 "이게 기사냐" 따져
언론시민단체 "졸렬한 행태"
기자협회 "전말 밝혀라"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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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19일 모든 종합 일간지와 경제지 1면에 메르스 공익광고를 내면서 국민일보만 제외했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박근혜 대통령에 비판적인 기사와 관련해 박현동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항의전화를 건 뒤였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김성우 수석은 지난 16일 박현동 편집국장과 김영석 정치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이 방문한 서울대병원 곳곳에 붙은 ‘살려야 한다’는 문구가 인터넷에서 패러디되고 있다는 기사를 문제 삼았다. 김 수석은 박 국장에게 “이게 기사가 되느냐”고 따졌고 박 국장은 “기사가 되는지는 우리가 판단한다”고 답했다. 다음날인 17일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문화체육관광부, 보건복지부는 19일자 조간신문 1면에 메르스 공익광고를 싣겠다고 국민일보에 알렸으나 18일 언론재단은 갑자기 정부의 입장이라며 “광고를 취소하겠다”고 했다. 국민일보는 문체부, 청와대를 통해 광고가 취소된 경위를 알아봤으나 “왜 빠졌는지 모르겠다” “미안하다”는 말만 들을 수 있었다. 


19일 국민일보와 언론노조는 성명을 내고 “청와대와 정부의 처사가 너무 졸렬해 뭐라 비판할 가치조차 느끼지 못하겠다”고 질타했다. 국민일보는 “메르스 바이러스를 제대로 컨트롤하는데 실패해온 청와대가 이를 비판하는 언론과 국민에게는 왜 이리 갑질을 하려 하는지 우스꽝스럽다”고 지적했다. 언론노조는 “정부 대처를 꼬집는 언론은 배제하겠다는 식은 과거 70~80년대 비판적인 기사에 대한 광고 탄압이 아니고 뭐냐”며 비판했다.


▲전국언론노조와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등 언론시민단체는 23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청와대의 메르스 보도 통제 규탄 및 홍보수석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달아 기자)

언론시민단체도 23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청와대의 메르스 보도 통제 규탄 및 홍보수석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일보에 대한 광고 탄압이 어떤 과정을 통해 이뤄졌는지 상세히 밝히라”며 “책임자에 대해서도 엄중 문책하고 사과하라”고 주장했다. 같은 날 한국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뉴스 가치 판단은 언론사 고유의 권한으로 청와대가 ‘감놔라 배놔라’ 간섭할 문제가 아니다”며 “김성우 수석은 국민일보 광고탄압의 전말을 밝히고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아일보, 한겨레 등 다른 언론사도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을 문제 삼았다. 동아일보는 22일 사설을 통해 “청와대가 기사에 대한 보복으로 국민일보에만 광고를 못하게 했다면 졸렬하다”며 “권위주의 시절 언론을 통제하려 했던 ‘광고 탄압’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질타했다. 한겨레도 이날 사설을 통해 “이번 사건에서는 ‘언론을 향한 권력의 갑질’ 냄새가 물씬 풍겨난다”며 “김 수석은 방송사에서 잔뼈가 굵은 언론인 출신인데, 자신의 ‘친정’이라 할 언론계를 향해 위세를 부리고 광고를 갖고 치사한 장난이나 치고 있다니 말문이 막힌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건이 거론됐다. 유승희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은 2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민간기업도 아닌 청와대가 광고를 무기로 언론에 채찍을 휘두르는 건 민주국가에서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이 김 수석을 당장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추미애 최고위원도 “유치하고 속좁다”고 말했다. 


김성우 수석의 편집권 침해 논란과 정부의 광고 누락에 대해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오던 국민일보도 23일 5면 기사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국민일보는 “청와대와 언론이 서로 다른 견해를 갖고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본다”며 “그러나 그것이 ‘협박성’ 또는 ‘광고 압박’ 등의 형태로 나타나거나 특히 편집권 침해로 이어져선 결코 안 될 것”이라고 전했다. 


박현동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설마 홍보수석이라는 분이 기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광고를 취소토록 했다고 믿고 싶지 않다”며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상식에 비춰봤을 때 내 짐작이 틀리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만약 세간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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