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때면 경향신문 엄민용 기자가 떠오른다. 그는 한국어문 대상을 수상했고 국립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수천 개의 오류를 찾아내는 등 소위 ‘우리말 달인’으로 불리는 기자다.
문화부 기자로 일하다보면 이러한 맞춤법은 말할 것도 없고 글발이란 벽에 부딪히는 때가 잦다. 머리를 쥐어뜯어도 참신한 단어와 문장이 나오지 않을 때, 그 막막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러한 고민이 극에 달했을 때 어느 강의에서 엄민용 기자를 만났다. 역시 달인답게 그는 이런 고민을 단박에 해결해줬다.
강의에서 그가 뱉은 첫 구절은 “이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게 글쓰기입니다”였다. 실소가 나왔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설명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것은 쓰려는 분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며, 자료 조사만 철저히 해도 절반은 쓴 것이나 다름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습니다”라는 조언은 글쓰기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주었다. 음식·여행·운동 등 주제별로 유용한 문장을 평소 공책에 갈무리해두고 이를 변주하면 어떤 주제의 글이라도 두려움 없이 쓸 수 있다는 게 그의 요지였다. 예컨대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란 문장을 ‘하지만 그 새는 자세히 보지 못 한다’로 비트는 식이다.
결국 참신한 글을 쓰려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엄민용 기자의 지론이었다. 그의 조언을 따라 글발 좀 세우는 기자가 되길 소망하나 그 길이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십년 후에나 후배 기자들 앞에 서서 “글쓰기가 제일 쉬운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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