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기자' 약속 지키는 이상호 선배

[기자가 말하는 기자]박주연 뉴시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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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뉴시스 기자

햇수로 13년째 기자생활을 하고 있지만 닮고 싶은 선배는 손에 꼽힐 정도다. 그 중에 가장 닮고 싶으면서도 올라가지 못할 높은 산처럼 느껴지는 선배가 있다. 전 MBC 기자인 이상호 선배다.


선배를 처음 알게 된 건 2005년 어느 날 뉴스에서였다. 재계와 정치권의 커넥션을 담은 이른바 삼성 ‘X파일’ 보도 말이다. 


그 보도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 정도로 파장이 컸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X파일 보도의 끝은 참담했다. 그 사건을 파헤치고 알린 사람들은 통신비밀보호법, 명예훼손 따위로 힘든 시간을 보냈고, 사건을 일으킨 사람들은 처벌을 받지 않았다. 이상호 선배도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과 자격정지 1년을 받았다. 초년병 기자였던 나는 그 뉴스들을 보며 ‘나도 저런 기자가 돼야지’ 결심했다. 


그러다 2009년 어느날 이상호 선배를 실제로 만났다. 내가 국무총리실에 출입할 때였다. 어느 날인가 선배는 우리(총리실 기자들)와 술을 마시며 “벌금 몇 억원씩은 걸려 있어야 기자지”라며 껄껄 웃었다. 힘든 시간을 겪었을텐데도 선배는 늘 긍정적이었다.


그리고 2013년 어느날 선배는 MBC로부터 부당 해고를 당했다. 그날 선배는 “MBC의 종업원이 아닌 국민의 기자가 되겠다. 축하해달라”는 트윗을 올렸다. 


그리고 이상호 선배는 약속을 지키고 있다. 세월호의 슬픔이 서린 팽목항에서, 광화문 단식 농성장에서 선배는 국민의 편에 서 있었다. 


‘언론인’은 사라지고, ‘직장인’ 같은 기자들은 넘쳐나는 세상이다. ‘부끄럽지 말아야지, 직장인 같은 기자가 되지 말아야지’ 오늘도 이 글을 쓰며 생각해본다. “선배, 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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