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낮춰 중국을 배운 박선호 선배

[기자가 말하는 기자]주현진 서울신문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주현진 서울신문 기자

특파원은 외국에 파견돼 해당 국가의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일을 한다. 보통 임기는 3년이다. 취재 이전에 해당 국가의 언어와 문화 등 모든 것을 새로 익혀야 하기에 특파원 생활은 ‘맨땅에 헤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도전의 연속이다. 잘나가던 기자들이 특파원 임기 동안 돋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이유다.


문화일보 박선호 선배와는 지난 2012년부터 3년 간 비슷한 시기에 베이징(北京)에서 특파원 생활을 했다. 낮은 자세로 중국에 다가갔던 박 선배의 인내심은 동료 특파원들에게 귀감으로 전해진다.


우선 그는 기본에 충실했다. 대학에서 중국과 상관 없는 독문학을 전공했고 중국에서 1년 연수한 게 전부였지만 하루도 빠짐 없이 소리내어 말하기 연습을 할 정도로 중국어 학습에 열을 냈다. 


이렇게 다진 중국어 실력으로 그는 베이징 특파원으로 간 지 반년 여 만에 한국 기자로는 처음 반체제 인권운동가 후자(胡佳)를 전화 인터뷰했다. 특파원들 사이에 인터뷰 열풍이 생겨난 계기가 됐다.


중국을 알기 위해 몸을 낮출 줄도 알았다. 3년 간 베이징에 살다가 돌아왔지만 변변한 중국인 친구 하나 못 만들고 오는 사람이 많다. 특파원이 사귀고 싶어할 만한 중국인 입장에선 굳이 한국 특파원과 가까워질 필요가 없기에 노력 없이는 중국인 친구를 만들기 어렵다. 그는 공무원 등 중국인 친구 여러 명을 두고 있다.


나눌 줄 아는 넉넉함도 있다. 그가 새벽에 작성한 발제안을 받아 본 동료 기자들이 적지 않다. “어차피 석간에 나올 기사인데”라고 여길 수도 있지만 새벽 3시부터 일어나 중국 신문을 샅샅이 뒤져서 건진 기사 재료들을 남에게 주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정확한 중국의 입장과 관점을 전하려는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친구가 되어 협력을 하든 적이 되어 싸우든 상대를 정확히 아는 것은 기본이라는 말을 자주했다. 편견과 입장에 갇힌 글을 쓰는 쉬운 길 대신 변하는 중국의 실체를 알기 위해 발로 뛰었던 모습에 경의를 표한다.


박선호 선배는 지난해 12월 한국에 복귀했다. 그의 앞날에 축복이 가득하길 바란다.

주현진 서울신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