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파격할인'의 배신

제295회 이달의기자상 경제보도 / 동아일보 한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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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한우신 기자

대형마트들은 신문, 전단지, 온라인 광고 등을 통해 ‘반값 할인’ ‘파격 세일’ 등의 문구로 소비자를 유혹한다. 특히 명절이 되면 연중 최저가를 내세우며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것들이 다 사실일까. 세일은 정말 파격적이고 ‘오늘만 이 가격’이 붙은 상품은 내일은 다른 가격에 팔릴까. 기사는 우리 엄마가 늘 가졌던 궁금증, 소비자라면 한 번쯤 의심해볼만한 문제에서 출발했다.


기자들이 대형마트에 직접 나가 조사를 할 경우 업체들이 취재를 방해하거나 보도를 하지 말 것을 끊임없이 요청하는 등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소비자단체와 공동 진행하는 방법을 생각했고 한국소비자연맹에 조사를 제안했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는 ‘소비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의미 있는 조사가 될 것’이라며 수용했다.


때마침 설날을 앞두고 있었기에 대형마트가 홍보하는 설날 할인 행사 상품을 살펴보기로 했다. 또 ‘오늘 단 하루’, ‘7일간 이 가격’ 같은 문구를 내걸고 있는 상품들도 점검하기로 했다. 설날 상품 조사는 소비자연맹과 공동으로 이뤄졌고 기간 한정 할인 상품에 대한 조사는 단독으로 진행했다.


사실 ‘대형마트들이 너무 잘하고 있으면 어떡하지?’라는 걱정 아닌 걱정도 했었는데 그렇지 않았다. 설날 할인 상품 3개 중 1개는 할인이라고 보기 힘들었다. 용량과 구성품 개수를 지나치게 다양화한 나머지 기준 가격을 찾기 힘들었다. 소비자가 가격을 비교하는 자체가 힘든 현실인 것이다.


기사가 나간 후 누군가는 칭찬을 건넸고 누군가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 누군가의 말처럼 ‘불편한 건 편하게, 편한 건 불편하게 해야 한다’는 결코 ‘편하지 않은’ 언론의 역할이 이런 게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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