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파이낸셜뉴스 기자
하지만 후배는 독도에 도착해 울릉도민을 취재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생전 처음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울릉도 거주 노인이 떨지 않도록 차근히 설명하면서 웃음까지 지어줬다. 취재원을 단순한 취재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대하는 듯 보였다.
그 여자 후배는 현재 나의 아내다. 취재원에게 ‘팩트’를 요구하기에 앞서 기자가 먼저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겠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준 후배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촌각을 다투는 취재현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내는 이직해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경력을 이어 갔다. 첫 아이를 임신중일 때는 G20 현장에서 스탠딩하면서 저녁 뉴스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적도 있다. 전세계 정상들이 모인 곳에서 만삭의 임산부가 취재를 한 것도 드문 일이었다.
▲이예진(오른쪽)과 김경수 기자 부부
남편이 한국기자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협회에서 받았던 감사패와 가끔씩 비교 대상이 된다. 아내는 자신이 받은 상장이 남편의 감사패보다 볼품없다고도 했다. 육아로 취재현장을 떠났지만 1년여 전 세월호 사고 때는 악몽을 꾸며 함께 슬퍼하기도 했다.
요즘 아내는 남편이 쓰는 생활경제 칼럼에 자주 등장한다. 그때마다 아내는 흔쾌히 나의 취재원이 돼 준다. 이제는 기자에서 취재원이 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것이다. 가끔씩 궁금해진다. 독도행 헬기에 타는 제비뽑기를 잘못했으면 현재의 아내를 만났을까. 그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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