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가운 인터뷰를 알려준 이예진 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김경수 파이낸셜뉴스 기자

▲김경수 파이낸셜뉴스 기자

4년 전 독도 출장길에서 그 후배 여기자를 처음 알게 됐다. 헬기 탑승인원이 제한돼 행정안전부 출입기자들끼리 제비뽑기를 했는데 운 좋게 뽑혀서 독도 취재용 헬기에 그 후배와 함께 몸을 실었다. 바로 옆좌석에 탑승한 후배 여기자는 당시 KTV에서 근무하던 이예진 기자. 등산화와 등산복 복장의 후배는 헬기가 독도로 향하는 동안 피곤한 기색이 역력해보였다.


하지만 후배는 독도에 도착해 울릉도민을 취재할 때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신했다. 생전 처음 방송 카메라 앞에 선 울릉도 거주 노인이 떨지 않도록 차근히 설명하면서 웃음까지 지어줬다. 취재원을 단순한 취재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오랫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처럼 대하는 듯 보였다.


그 여자 후배는 현재 나의 아내다. 취재원에게 ‘팩트’를 요구하기에 앞서 기자가 먼저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게 중요하겠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준 후배다.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이 촌각을 다투는 취재현장에선 쉽지 않은 일이다.


아내는 이직해 한 종합편성채널에서 경력을 이어 갔다. 첫 아이를 임신중일 때는 G20 현장에서 스탠딩하면서 저녁 뉴스를 위해 마이크를 잡은 적도 있다. 전세계 정상들이 모인 곳에서 만삭의 임산부가 취재를 한 것도 드문 일이었다.


▲이예진(오른쪽)과 김경수 기자 부부

아내는 현재 4살과 6개월의 두 아이를 키우느라 ‘경단녀’ 상태다. 그런 와중에도 아덴만에 국내 여기자 최초로 찾아가 파병군을 취재한 내용을 한국기자협회에 응모해 수상하기도 했다. 


남편이 한국기자협회 이사로 활동하면서 협회에서 받았던 감사패와 가끔씩 비교 대상이 된다. 아내는 자신이 받은 상장이 남편의 감사패보다 볼품없다고도 했다. 육아로 취재현장을 떠났지만 1년여 전 세월호 사고 때는 악몽을 꾸며 함께 슬퍼하기도 했다.


요즘 아내는 남편이 쓰는 생활경제 칼럼에 자주 등장한다. 그때마다 아내는 흔쾌히 나의 취재원이 돼 준다. 이제는 기자에서 취재원이 된 자기의 역할을 충실히 해주는 것이다. 가끔씩 궁금해진다. 독도행 헬기에 타는 제비뽑기를 잘못했으면 현재의 아내를 만났을까. 그냥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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