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자' 언론이 위정자 하수인 역할"

'기레기 사라졌나'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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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1년. 그 많던 ‘기레기’들은 사라졌을까. 많은 이들이 이미 그 답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계속 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NO’가 ‘YES’로 바뀔 때까지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영원히 ‘기레기’일 수는 없기 때문에, 그래서는 안 되기 때문에.


15일 전국언론노조와 시민단체, 방송현업인단체 공동 주최로 열린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란 주제의 토론회는 바로 이 같은 반성에서 출발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세월호 참사 1년, 우리 사회는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았고, ‘기레기’들 역시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세월호 참사 1년, 기레기는 사라졌나’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전국언론노조와 방송현업인단체, 언론시민단체 등 공동 주최로 15일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렸다.

세월호 희생자 고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 씨는 언론인을 “위정자의 하수인”이라는 한 마디 말로 정리했다. “국민의 눈과 귀가 되어야 할 언론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세월호 사건을 통해 가슴 아프게 깨달았다. (언론인) 여러분은 직업의식, 소명의식, 목적의식을 잃었다. 표현의 자유를 구속받아야 했고, 구속받으면서도 아무 것도 하지 못했다. 약자의 소리를 대변해야 할 사람들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감시자 역할을 해야 할 언론인이 위정자의 하수인이 되어 그들의 손과 발이 되었다.”


정 씨는 언론 스스로가 ‘기레기’라 인정하고 ‘보도 참사’를 반성하고도 이를 시정하려는 노력이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아이들은 참사 속에 놓쳤다고 하더라도 지난 1년이란 기간 동안 이를 만회할 기회들이 재차 삼차 많이 있었다. 그런데 가족들이 여전히 ‘살려 달라’, ‘진실을 밝혀달라’ 외치고, 굶고, 기고 온갖 것을 다 해도 여러분은 그 소리를 내주지 않았다. 지금이라도 새롭게 언론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발제를 맡은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는 세월호 관련 ‘보도 참사’가 단지 재난보도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아주 오랫동안 뿌리 깊게 축적되며 아무렇지 않게 행해왔던 관행들이 일거에 폭발한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에 대해 조망하지 않고 단지 재난보도의 문제로 얘기하는 것은 핵심을 벗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개선하기 힘들다. 언론보도 대참사는 언제든 다시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미 우리는 과거 세월호 참사와 비슷한 대형 사고를 수차례 경험했고, 그때마다 언론 보도도 세월호 때와 비슷한 양태를 보였다. 정 교수는 “세월호 참사보도와 마찬가지로 사건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국내 언론은 ‘집중호우식보도’의 양태를 보이면서 재난관리 시스템 부재, 각종 이해관계 유착에 의한 비리 발생, 안전 불감증 등을 지적했다. 그 과정에서 언론 역시 세월호 언론 보도와 유사한 행태를 보이면서 사회적 비판에 직면했었다. 그러나 선정성과 상업성을 추구하는 언론들이 또 다른 새로운 이슈의 속보 경쟁에 치중하면서 당시 사고의 아픔과 상처들은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갔다”고 지적했다.


아무리 중요한 사안도 뉴스에 보도되지 않으면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는다. 이전의 대형 사고와 마찬가지로 세월호 참사도 언론 보도와 국민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갔다. 정 교수가 2014년 4월13일부터 2015년 4월11일까지 구글 트렌드에서 ‘세월호’ 관련 검색을 한 결과 언론 보도에 따라 인터넷 여론도 크게 출렁였다.


지난해 4월20일~26일 ‘세월호 100’, ‘유병언 5’였던 인터넷 관심도가 불과 3개월 뒤엔 ‘세월호 8’, ‘유병언 82’로 역전됐다. 세월호 1주기를 한 달도 남기지 않은 지난 3월22일~28일에는 세월호에 대한 관심도가 2, 해외 원정 도박 논란을 빚은 가수 태진아가 그 다섯 배인 10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일반 인터넷 이용자들의 관심도 변화가 100% 언론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런 흐름을 만든데 언론의 책임이 가장 크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심지어 극우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5·18에 덧씌우는 ‘종북좌파’, ‘폭력’, ‘선동’의 이미지가 세월호와 유가족에 그대로 투영되는데 언론 보도가 한 몫을 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일베’의 5·18 관련 의미연결망을 분석한 결과를 설명하며 “언론 보도가 일베의 주장이 확산되는데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정 언론의 책임의 경중을 따질 수 없겠지만, 공영방송의 책임이 더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 교수는 “공영방송이나 지상파 방송이 잘하면 종편이나 인터넷에서 어떻게 보도해도 의제를 선점하고 이슈를 끌어갈 수 있을 텐데 지금은 아예 종편과 인터넷에 의제설정 능력 뺏기고 있다”며 “공영방송과 지상파에 대해 더 엄중한 비판의 잣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도 “공영방송만 제대로 하면 종편이 아무리 문제 있는 방송을 해도 국민들이 최소한의 균형을 잡을 수 있다”며 “요즘 누가 지상파 보냐며 넘어갈 게 아니라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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