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기자 "손석희 사장, 어리석었다"

성완종 녹음파일 보도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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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인터뷰 육성이 담긴 녹음파일을 인터뷰 당사자인 경향신문과 고인의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15일 메인뉴스인 ‘뉴스룸’을 통해 공개한데 대해 경향신문 기자가 “도둑질 행위”라고 비판하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은하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과 슬로우뉴스에 올린 글(‘보도하지 않을 양심: JTBC ‘성완종 녹음파일’ 유출 사건에 부쳐’ http://slownews.kr/39725)에서 JTBC와 손석희 앵커를 향해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JTBC 보도본부의 판단은 오늘(15일)의 일 뿐 아니라 과거 제작진들이 고생해서 만든 성과까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중앙일보는 성완종 회장의 다이어리를 단독 입수했다. 장사를 하려면 최소한 이 다이어리로 장사해야 했다. 경향신문 편집국에서도 보도를 보고 바짝 긴장했다”면서 “‘이제부터 우리야말로 단단히 각오해야겠다’는 말이 나왔는데, 경쟁자이자 동료에게 이런 식의 뒤통수를 맞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손석희 앵커가 15일 녹음파일을 공개하며 “시민의 알 권리”를 거듭 강조한데 대해서도 “그는 세월호 아이들의 휴대전화 영상을 독점 공개할 때 ‘알 권리’와 더불어 ‘유가족들의 심정을 배려한다’고 했다. 이번에 성완종 회장의 유족들이 울면서 애원해도 JTBC 보도본부는 ‘생방송’이라며 일축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JTBC에 녹음파일을 건넨 디지털포렌식 전문가 김인성 씨의 직업윤리를 지적하면서도 “확실하게 더 나쁜 쪽은 JTBC”라고 했다. 그는 “경향신문이 16일 자 양면에 걸쳐 실은 성완종 인터뷰 전문은 A4 10장 분량이다. JTBC가 공개한 부분은 A4 5장 분량이다. 새로운 사실관계가 있기는커녕 경향신문의 공개분량보다 적다”면서 “공들여 죄다 만들어놓은 것을 9시간 먼저, 분량도 더 적게 보도하면서 무슨 ‘알 권리’를 추구했는지 의문”이라고 일갈했다.


이어 “오늘(16일) 손석희 사장이 입장을 밝힌다는데 어물쩍 넘어가지 않기 바란다. 도둑질 행위에 대해 누군가는 직을 걸고 책임을 졌으면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손석희 사장의 현장 취재경험이 일천해 애써 취재한 결과가 통째로 빼앗기는 아픔을 모르는 건가 싶은 생각마저 들 것 같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앞서 15일 성 전 회장 인터뷰 녹음파일을 검찰에 제출하며 고인의 육성 공개를 원치 않는 유족의 뜻에 따라 16일자 지면에 녹취록 전문을 싣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향이 이 같은 입장을 밝힌 지 약 6시간 후, 성 전 회장 인터뷰 디지털포렌식 작업에 참여한 김인성 씨로부터 녹음파일을 입수한 JTBC는 ‘뉴스룸’ 2부 방송을 통해 인터뷰 육성 30여분 분량을 공개했다. 경향과 유족은 JTBC와 김인성 씨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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