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정신 알게 해준 조선비즈 전재호 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윤홍우 서울경제신문 기자

▲윤홍우 서울경제신문 기자

우연히 그 선배의 취재원 연락처가 담긴 엑셀 파일을 본 적이 있다. 취재원의 이름과 연락처, 이메일 주소가 담긴 평범한 파일에서 눈길을 끌었던 것은 취재원의 이름 옆에 삽입된 엑셀 메모였다. 취재원의 이름에 마우스 커서를 갖다 대면 만난 계기, 특징, 취재 포인트가 나타났다. 매일 많게는 수십 명의 취재원을 만나는 기자들에게 이런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선배가 아직도 그렇게 연락처를 정리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초년병 시절에 본 그 연락처는 10년차가 된 지금도 나의 게으른 기자 생활을 가끔 돌아보게 한다. 조선비즈 전재호 정책팀장은 그렇게 촘촘한 기자다. 오랜 기간 지근거리에 있었고, 때로는 친구 같은 편한 선배기도 하지만 늘 귀감이 됐다. 


사실 전 선배는 신문기자 출신으로 보기에는 이례적일 만큼 훤칠한 외모도 갖췄다. 모델 같은 외모에 나직한 목소리, 예의 바른 태도가 신문기자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나를 포함, 다른 기자들은 못생기고 예의 바르지 못하다는 것은 아니다^^) 외모랑 분위기, 행동이 일치되는 사람이기에 더 끌렸던 것 같다. 물론 이 글에서는 담을 수 없는 빈틈(?)도 있다. 


단순한 호감도 때문에 전 선배를 이 글에 담은 것은 아니다. 기자는 결국 기사로 말하는 것. 같은 출입처에서 경쟁하고 비슷한 사안을 취재하면서 선배의 기사에 무릎을 쳤던 것은 기사에서 보이는 노력의 흔적이다. 팩트(사실)든, 시각(분석)이든, 새로운 취재원이든 전 선배의 기사는 항상 한 가지 이상은 더 담고 있었다. 


말 그대로 기사가 홍수처럼 쏟아지는 시대다. 베껴 쓴 기사들이 수백 개씩 인터넷에 올라온다. 많은 기자들은 베껴 쓰기에 무감각하다. 그러나 적어도 기자라면 자신의 기사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그게 기자로서 ‘프로 정신’이다. 그 점에서 전 선배의 기사는 배울 게 있었다. 취재의 기본을 지키고 성실하게 관계를 쌓을 때 결국 특종이 나온다. 전 선배~ 제가 항상 지켜보고 있으니까 늘 긴장하세요. 세종시에서 올라오면 소주 한잔 합시다.

<윤홍우 서울경제신문 기자>


윤홍우 서울경제신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