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금 받아와야 프로그램 제작
처참한 제작환경·근로여건 울분 표출"

전면 파업 한달…JIBS제주방송 부현일 노조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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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BS제주방송 부현일 노조위원장

JIBS제주방송 파업이 한 달을 맞았다. JIBS는 지난달 18일 △방송제작 환경개선 △근로여건개선 △신사업, 방송 연계 방안 제시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13년의 울분’으로 상징되는 이번 파업. 부현일 JIBS 노조위원장은 “몇 가지 쟁점 때문에 일어난 파업이 아니라 이제까지 쌓아왔던 고통을 표출시킨 파업”이라며 “기본적인 근로환경이 처참하게 무너진 것이 파업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부 위원장에 따르면 JIBS의 근로여건과 방송 제작환경은 처참한 수준이다.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은 것은 물론 단체협상에서 합의된 사항조차 이행되지 않은 것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인력이 부족해 유산한 직원이 3일 만에 출근했고, 임신한 직원도 조근과 야근을 밥 먹듯이 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른 기본적인 근로교육도 단 하루도 이뤄지지 않았다. 방송 제작도 마찬가지였다.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으면 프로그램 제작의 몇십배 되는 협찬금을 받아와야 했습니다. 경영진의 사적,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제작까지 다 한 프로그램이 못 나간 적도 있고요. 인건비 때문에 태풍이나 재난 상황 때도 중계차가 출동하지 못했죠.”


사원들은 근로환경과 방송 제작환경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사측은 ‘방송 환경이 어렵다’ ‘힘든 상황이다. 고통 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회사는 지난해 이익잉여금 320억원 중 100억여원을 부동산에 투자한 데 이어 올해 전액을 신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 위원장은 “이익잉여금 320억원은 탁월한 경영능력 때문에 번 돈이 아니라 인건비와 방송 제작환경에 투자해야 할 돈을 줄이면서 축적된 것”이라며 “축적된 자본의 근간은 제주도 내 기업이나 지자체의 협찬수익이다. 엄연히 우리 세금이 포함된 것으로, 이 돈들이 제주도민과 호흡할 수 있는 프로그램 제작에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업이 진행되면서 현재 하루 네 차례 진행되던 뉴스는 메인 ‘820뉴스’를 제외하고는 전부 불방되고 있다. 메인뉴스도 짜깁기와 녹화 방송으로 연명하는 수준이다. 편성제작 프로그램 8개 중 6개도 제작되지 못하고 있다. 부 위원장은 “이제까지 정열을 다 바쳐 만든 프로그램들이 불방돼 가슴이 찢어진다”며 “도민사회의 신뢰가 떨어지는 것 또한 가슴 아프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송을 만들기 위해 파업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JIBS 노동조합은 대신 스스로 패러디 영상과 뉴스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PD, 아나운서, 카메라기자, 엔지니어 등 직군이 다양한 조합원들이 각자 역량을 발휘해 영상물을 제작하고 있다. 때문에 관계도 더욱 돈독해지고 있다. 부 위원장은 “부서 간 이기주의가 심했는데 이번 파업을 통해 똘똘 뭉치고 있다”며 “선후배 간, 동료들 간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노조는 앞으로 투쟁 수위를 점차 높여갈 생각이다. 부 위원장은 “이제까지 문화파업의 형태였지만 앞으로 수위를 높일 것”이라며 “13일부터 대도민 선전전을 하고 오는 20일에는 집행부 삭발식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측과 대화는 하고 있지만 치킨게임으로 진행되는 양상이기 때문이다. 


부 위원장은 호소했다. “회사는 버티기에 들어간 것 같고 조합원들을 회유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회사가 한 번이라도 이 파업을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사원들의 마음을 헤아려봤으면 좋겠어요. ‘돈 때문에 파업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은 지상파 방송의 일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열정을 다해 일한 사원들을 배신하는 행위입니다. 좀 더 낮은 곳을 보면서 우리가 어떤 마음을 갖고 일해 왔는지를 이해해줬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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