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내일신문의 이경기 선배는 무려 만 12년 이상 법조기자로 살았다. 이 선배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짧은 출입 끝에 두 번째로 법조팀에 오게 된 지난해 말이다. 각각 서초동 법조타운의 끝과 끝에 자리한 대법원과 중앙지방법원을 취재하는 물리적 거리만큼, 이 선배의 내공은 5년차 기자인 내가 넘볼 수 없는 저만치 멀리의 것이었다.
그날 이 선배가 중심이 된 식사 자리에는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고위급 법조계 인사 여럿이 참석했는데, 오랜 시간 쌓아온 인연을 하나씩 풀어가는 이 선배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한 분야를 오래 파고든 기자에게 가장 감탄하는 것은 그의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취재원들의 ‘인물 관계도’를 접할 때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준 선물이 아니라 부지런한 취재와 인간적 교류가 뒷받침 됐을 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선배가 참여정부 당시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하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단독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노력 덕분일 것이다.
실제로 자타공인 ‘한 다리만 건너면 전국 판사를 거의 다 안다’는 이 선배의 고급 네트워크는 인사철마다 빛이 난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다.
올해 초 이 선배는 드디어(?) 서초동을 떠나 금융권으로 출입을 옮겼다. 법조전문기자로서 이 선배의 해박한 식견을 전보다 자주 접할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경제검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맡게 됐으니 그간의 내공으로 금융 분야도 무난히 접수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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