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기자의 전설, 내일신문 이경기 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매일경제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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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현정 기자

대형 사건사고의 시작과 마무리가 이뤄지는 출입처 특유의 역동성 때문일까. 서초동 법원·검찰을 취재한 법조기자 중에는 전설적인 일화를 남긴 선배들이 많다. 어려운 법률지식이라는 높은 진입장벽 탓에 장기간 출입하며 취재원 못지 않은 전문성을 갖추게 된 베테랑도 많은 편이다.


내가 만난 내일신문의 이경기 선배는 무려 만 12년 이상 법조기자로 살았다. 이 선배를 처음 만난 것은 내가 짧은 출입 끝에 두 번째로 법조팀에 오게 된 지난해 말이다. 각각 서초동 법조타운의 끝과 끝에 자리한 대법원과 중앙지방법원을 취재하는 물리적 거리만큼, 이 선배의 내공은 5년차 기자인 내가 넘볼 수 없는 저만치 멀리의 것이었다.


그날 이 선배가 중심이 된 식사 자리에는 언뜻 접점이 없어 보이는 고위급 법조계 인사 여럿이 참석했는데, 오랜 시간 쌓아온 인연을 하나씩 풀어가는 이 선배의 설명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내가 한 분야를 오래 파고든 기자에게 가장 감탄하는 것은 그의 머릿속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는 취재원들의 ‘인물 관계도’를 접할 때다. 이는 단순히 시간이 준 선물이 아니라 부지런한 취재와 인간적 교류가 뒷받침 됐을 때 얻을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이 선배가 참여정부 당시 일체의 인터뷰를 거절하던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단독 인터뷰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노력 덕분일 것이다. 


실제로 자타공인 ‘한 다리만 건너면 전국 판사를 거의 다 안다’는 이 선배의 고급 네트워크는 인사철마다 빛이 난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었다.


올해 초 이 선배는 드디어(?) 서초동을 떠나 금융권으로 출입을 옮겼다. 법조전문기자로서 이 선배의 해박한 식견을 전보다 자주 접할 수 없어 아쉬울 따름이다. 하지만 ‘경제검찰’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맡게 됐으니 그간의 내공으로 금융 분야도 무난히 접수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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