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서적 학대 첫 유죄 판결 이후의 보이지 않는 폭력

제294회 이달의기자상 지역기획보도 신문·통신 / 경인일보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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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인일보 김범수 기자

지난해 7월,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된 취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아무도 몰랐다. 수원의 한 초등학교에서 담임교사가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절반은 한국인인데 왜 김치를 먹지 못하니’ 등 지속적으로 인종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는 제보였다. 취재에 착수하면서도 그것이 법원의 첫 판례로 남을 것이라곤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교육은 명과 암이 뚜렷하다. 하지만 대중에게 등장하는 교육은 빛나기만 한다. 반면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두운 면도 뚜렷하다. 보이지 않는 언어폭력에 신음하는 학생도 있었다. 대중교육을 포기하고 공장을 전전하는 다문화가정 학생도 존재했다. 


교단에서 정서적 학대는 심각했다. P씨는 아직도 사랑을 하지 못한다. 10년 전 한 교사에게 지속적으로 성(性)적 발언이 섞인 정서적 학대를 당했다. 그 이후 이성을 만나려고 노력해도 그 때의 일이 떠오른다고 말했다.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교육도 아쉬웠다. 특히 중도 입국한 다문화가정 학생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 안산의 한 공단에서 만난 10대 중국인 여성의 손은 물집과 굳은살 투성이었다. 하루 12시간 이상 고된 노동을 하지만 다시는 학교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학교란 따돌림과 소외를 받는 공포의 장소였다. 


취재를 하면서 스치고 부딪치고 아프기만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보도를 마쳤다. 교육의 어두운 면을 알리고자 하는 마음 하나뿐이었다. 그 결과 법원이 교단에서 처음으로 정서적 학대에 대해 유죄 선고를 내린 것은 뜻밖의 성과였다.


SNS와 수많은 시민기자들이 있지만 아직 언론이 필요한 이유는 ‘말하기’보다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거나 쉽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비춰주는 역할이 언론이라고 믿는다. 


수습기자 딱지를 뗀 지 얼마 되지 않은 후배를 이끌어준 김대현 선배와 박승용 부장님, 그리고 사회부를 포함한 경인일보 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마지막으로 이번 보도로 교단에서 고통을 받는 학생과 제노포비아와 싸우고 있는 다문화 아이들에게 작은 위로와 힘이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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