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사수, 전자신문 성현희 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송영록 이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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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록 이투데이 기자

내가 누구를 평가할 수 있을까. 8년이 채 안된 기자 경력의 내가 다른 기자를 평가한다는 것은 아직 부담스럽다. 평가는 아니어도 누군가를 ‘생각’하고 ‘말’할 수는 있다.


나에게 기자는 무엇인지 알려준 사람. 지금도 기자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 전자신문 성현희 기자는 나의 첫 직장 사수다. 좋든 싫든 기억에 남는 게 첫 사수라고 한다면, 나에게 성 선배는 물론 전자의 의미다. 나보다 나이는 2살 정도 어렸지만 군대 이등병 같던 나에게는 드라마에서나 보던 커리어우먼이었다. 무엇에 집중하는 표정, 안경을 쓰고 자료를 정리하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저게 기자인가 싶었다. 


당시 월간지가 나올 때였다. 매달 마감이 임박하면 주말에 밤을 새워 일을 해야 했다. 다들 눈꺼풀이 저절로 감길 때도 그는 달랐다. 표지와 지면 디자인 하나하나를 일일이 챙기며 내 일을 했다. 직접 포스트잇으로 오려 붙여 멋진 목차 디자인을 완성하기도 했다. 대충 해도 그만이지만 자기만족을 위해 달렸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작품을 내놔야 독자에게 부끄럽지 않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다음날 오전 인쇄소에서 필름을 확인한 후에야 그는 여유를 되찾았다. 인쇄소 건물 1층에 키 큰 남자가 항상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남자는 현재 성현희 기자의 남편(김효정 기자)이다.


2009년 초 성 선배는 전자신문으로 기사 쓰기 위한 터전을 옮긴다. 이직을 결정짓고, 나에게 무척이나 미안한 마음을 보였던 게 기억난다. 이후 나도 매체를 옮겼고, 성 선배는 아직도 전자신문에서 열혈 기자로 활약 중이다. 


성 선배는 그동안 한 아이의 엄마도 됐고 잘 키우고 있으니, 일과 육아 모두 존경받을 만하다. 아마도 10년 후쯤이면 여자 데스크로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최근 성 선배를 한 기자실에서 봤다. 커피를 한잔하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난 지금도 기자 생활하는 게 정말 좋아.” 즐기는 사람은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지 않나. 월급 받는 날만 기다리는 기자들이 늘고 있는 요즘. 즐기면서 뛰어다니는 기자란 얼마나 반길 일인가. 그런 선배를 두고 있다는 게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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