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를 국영통신으로 만들 셈인가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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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달 27일, 연합뉴스에선 이른 아침부터 국기게양식이 거행됐다. 개인적으로 태극기에 대한 예를 나타내고, 나라사랑의 마음을 다짐하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겠지만 서울 한복판에서 검은 정장을 입은 중년의 회사원들이 사회자의 지시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색했다.


알고 보니 신임 박노황 사장이 연합뉴스와 계열사의 간부들에게 국기게양식 참석을 지시하면서 이뤄진 행사라고 한다. 국기게양식은 애국가 1절을 함께 부른 뒤 순국선열 및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사장 인사말을 듣는 것으로 끝났다고 한다.


연합뉴스에서 갑자기 국기게양식을 왜 했는지 그 내막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박노황 사장이 기대한 효과를 추정해 볼 수는 있을 것이다. 


첫째는 자신을 사장으로 뽑아준 정권에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표명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제시장’이라는 영화에서 국기하강식 모습을 본 뒤 애국심을 강조하자 정부 일각에서 국기게양식 부활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사 초유의 국기게양식을 거행했다는 것만으로도 청와대로부터 점수를 딸 수 있었을 것이다. 국기게양식은 국기라는 이미지에 나타난 국가에 대한 충성을 다짐하는 자리인데 국가에 대한 충성은 자칫 정권에 대한 충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박노황 사장이 “국가와 사회를 위한 헌신”을 강조한 것은 언론사로서 매우 위험한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둘째는 내부통제와 편 가르기의 수단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그룹의 모든 간부가 박노황 체제에 찬성하는 것도, 국기게양식에 동의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박노황 사장은 이 같은 생뚱맞은 행사를 통해 자신에게 무조건 충성하는 간부와 그렇지 않은 간부를 갈라내고 이를 인사에 반영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박노황 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공정보도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편집총국장제를 무력화하겠다고 밝혔고, 이를 강행하고 있다. 기자 과반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편집총국장을 아예 공석으로 두고 편집국장 직무대행체제로 가는 꼼수로 임면동의 투표를 피하고 있는 것이다. 또 기자들의 투표에서 부결됐던 간부를 상무로 임명하는 등 기자들의 뜻을 대놓고 무시하고 있다. 


박노황 사장은 취임 직후엔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기도 했다. 자연인이자 언론사 대표로 국립묘지를 방문하는 것이야 본인의 자유겠지만 박 사장은 연합뉴스와 연합뉴스TV를 통해 자신의 참배 소식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연합뉴스에서 송고한 사진을 보면 현충원 의장대까지 보인다. 사진만 보면 대통령이나 국무총리, 여당대표의 참배 같은 느낌이다. 뉴스를 사유화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거액을 주고 연합뉴스를 받고 있는 전국의 회원사는 뜨악한 모습이다. 연합뉴스는 박 사장의 현충원 참배가 뉴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자사 사장의 동정은 사보에 내는 것이다. 오너가 있는 신문사들도 오너의 단순 동정을 이렇게 자세히 보도하진 않는다.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법에 따라 매년 350억원의 국민세금을 지원받는다. 정보주권 수호와 정보격차 해소라는 공적활동에 충실하라는 뜻이다. 언론사 사장을 망각한 정치행보나 내부 구성원을 배제한 독단의 길은 곤란하다. 박노황 사장은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구독료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를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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