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첫 다큐…조승연 촬영기자

[기자가 말하는 기자] KBS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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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정화 기자

2년 전 이맘때, KBS에선 국내 최초 ‘스포츠 정통다큐’ 프로그램 ‘승부’를 론칭했다. 당시 나는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류현진의 이야기를 전문적으로 다루고자 했는데, 영화 ‘너클볼’처럼 내레이션 없이 주인공의 인터뷰와 중계멘트로만 이어지는 구성을 과감히 선택했다. 그런데 데일리 뉴스만을 보도해온 내가 시사제작물이 아닌, 영화라는 형식의 물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은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다. 그때 길잡이가 되어준 사람이 조승연 촬영기자였다. 


LA행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승연이는 내게 ‘영화 편집의 마술’이란 다큐를 건네줬는데, 이제 막 입문하는 초보 연출자에게 가장 필요했던 영상문법 입문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조사 하나, 단어 하나에도 문장의 뉘앙스가 달라지는 것처럼 영상에도 프레임의 미세한 차이, 커트의 배치에 따라 메시지와 맥락은 크게 달라진다는, 헐리웃 영화감독들의 목소리는 기사중심의 편집에 익숙했던 나에게 몽타주의 힘을 생생히 가르쳐줬다. 


그리고 일주일간 승연이가 담아낸 류현진의 영상은 이제껏 야구기자로 보낸 숱한 시간 동안 볼 수 없었던 퀄리티였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았는데 알고 보니 ‘너클볼’의 주요 스틸 컷을 휴대폰에 따로 보관해두고 있었던 거다. 다양한 인터뷰 사이즈와 투수들의 무수한 동작들. 류현진의 도전기를 영상으로 풀어낼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했던 근성에 또 한 번 놀랐다.


마지막으로, 내레이션 없이 진행되는 커트의 연속 과정에서 승연이는 음악과 이미지의 조화가 다큐의 역량을 어떻게 끌어올리는지 편집과정을 통해 새삼 느끼게 해줬다. 3주간의 제작 동안 집약적으로 얻은 깨달음은 외국어 초급 과정을 뗀 것처럼 나에게 소중한 자산으로 남아 있다. 생애 첫 다큐 ‘류캔두잇’을 함께 만들 수 있어서 감사했다는 말 전하며 이만 글을 마친다.                          

<KBS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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