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지만 진정한 선배, 배상록 부장

[기자가 말하는 기자]경인일보 강기정 정치부 기자

▲경인일보 강기정 정치부 기자

“야, 모르는 것보다 잠깐 쪽 팔려도 물어보는 게 낫다” “너 데스크는 속여도 독자는 못 속인다”
이름 석 자 뒤에 ‘기자’라는 단어를 새긴 지 2년 반이다. 기자라는 말을 붙여 스스로를 소개하기도 멋쩍을 만큼 설익었지만,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1천 개를 넘어가고 출입처에서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어지자 남모르게 게으름을 피우는 날도 하나둘 생겨났다. 열 번 해야 할 질문을 아홉 번만 하거나, 1주일에 서너 번은 찾던 곳에 한 번만 얼굴을 비치고도 좋게 말하면 ‘요령’껏 일을 매듭짓곤 했다.


그래도 아직 기자 명함 내밀기가 부끄러운 것은 우리 데스크, 경인일보 배상록 정치부장 덕이다. 아홉 번째 질문 후 수첩을 접으려고 하다가도 ‘모르는 것보다는…’ 하며 열 번째 질문을 꺼내기 일쑤다. 취재가 덜 돼 아리송한 부분을 어물쩍 쓰려다가도 ‘독자는 못 속인다’는 말이 떠올라 “죄송합니다만 하나만 더 확인할게요”라며 늦은 밤 전화를 걸기도 한다.


많지 않은 나이에 신문사에 들어와 대통령 후보부터 노숙인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항상 어깨를 폈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적어도 움츠러들지는 않았던 것도 처음으로 출입처를 배정받았을 무렵 데스크가 했던 말 때문이다. “회사에선 막내지만 출입처에선 네가 부장이고, 편집국장이다. 여기서만큼은 네가 곧 경인일보야” 강산이 두 번은 족히 바뀌었을 시간 동안 당신이 울고 웃으며 온몸으로 얻은 것들을 때로는 덤덤하게, 때로는 날카롭게 던지는 진정한 ‘선배’다. “배 부장님 밑에 있습니다”라고 하면 회사를 떠난 선배 기자도, 취재원으로 만난 그 누군가도 “그만한 기자도 없지. 후배로서는 참 행운입니다”라고 번번이 입을 모았다. 성격이 불같다든가, 함께 따라붙던 말들은 뒤로 제쳐두고서라도.


최근에는 한 가지를 더 가르쳐주셨다. “선배보다 후배를 더 무서워해야 한다” 후배가 하나씩 늘어나니 새삼 그 말을 되새기게 된다. 그렇지만 아직은 선배가 더 무섭다. 20년 뒤, 지금 데스크가 딛고 서 있을 그곳 근처에라도 갈 수 있을지 보이지 않아서다. 아마 힘들 것 같다.

<경인일보 강기정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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