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고 싶은 언론인 김호성·정필모

[기자가 말하는 기자]SBS 심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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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심석태 기자

기자 생활 내내 접했던 가장 어려운 문제를 꼽으라면 나는 ‘자사 이기주의’를 들겠다. 평소 바른 말 잘 하고 판단력 날카롭던 사람도 자기 회사와 관련된 문제에서는 언제든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배웠다. 언론학자들 중에는 자사 이기주의가 한국 언론이 보여주는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보는 분들도 있다.


나는 최근 몇 년 동안 여러 회사의 방송기자들과 언론학 교수들이 참여해 만든 ‘저널리즘특별위원회’에서 방송 저널리즘의 문제를 탐구하고 개선 방향을 찾는 활동을 해왔다. 오늘 소개하는 분들은 여기서 만난 KBS의 정필모 선배와 YTN의 김호성 선배다.


여러 언론사 기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문제가 있는 보도들을 논의하는 건 결코 간단치 않은 일이다. 몸에 밴 자사 이기주의가 발동되면 더는 흉금을 터놓고 얘기를 풀어갈 수 없다. 자사의 문제적 보도에 방어적 자세를 취하면서 다른 사람들은 공정하고 객관적이길 기대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필모, 김호성 두 분은 달랐다. 자사 보도라고 해서 다른 기준을 적용하지 않았다. 각자의 사정을 이해하면서도 원칙이 무엇인지를 놓치지 않았다. 논란이 될 법한 많은 사안들이 두 분 덕분에 쉽게 정리가 됐다. 정말 오랜 기간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지 않고서는 보여주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이 두 분은 언론 기업에 소속된 ‘사원’이기에 앞서 ‘언론인’으로서의 횡적 공감과 연대가 아직 가능함을 보여주었다.


자사 보도에 객관적 태도를 갖는 것을 해사 행위로 몰아가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된 사람들이 주로 그렇다. 하지만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이렇게 언론인으로서의 분명한 시각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일차적으로 그들이 소속된 언론사에 큰 자산이다. 저널리즘 원칙에서 일탈하지 않고 신뢰받는 언론이 되는 것, 그리하여 시청자 독자의 사랑과 신뢰를 받도록 하는 것만큼 해당 언론사에 도움이 되는 게 또 뭐가 있을까. 자사 이기주의에 매몰된 판단이 당장은 달콤해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독이 되어 온 몸에 퍼지기 마련이다.


소속 회사들은 몰라도 적어도 언론인들 사이에는 지금도 이런 동료가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들 한 발짝씩 이분들을 닮으려 함께 노력했으면 좋겠다.

 <SBS 심석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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