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향기가 나는 기자 고영재

[기자가 말하는 기자]YTN 유투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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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유투권 기자

‘기자’는 고사하고 ‘인간’답게 살기도 어려운 시절. 그래서 처음 글을 부탁받았을 때, 이 선배의 얼굴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사람의 향기가 나는, 기자 고영재.


사실 인연을 맺은 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2년 전, 서대문의 허름한 술자리였을 것이다. 여러모로 부담스러운 선배였다. 우선 현대사의 옹이가 굵게 박힌 이력이 그랬다. 경향신문 해직기자에서 평화방송과 한겨레신문을 거쳐 경향신문 사장까지. 화려한(?) 이력 너머의 고단함을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었다. 예순을 넘겨 스스로 선택한 ‘농부’의 길도 그랬다. 투박한 얼굴과 손에서 낯선 ‘땅’의 냄새가 물씬 풍겼다. 그래서 말 한마디 건네기가 조심스러웠다. 그렇게 여러 산을 함께 올랐고, 산사에서 밤을 보냈고, 많은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조금씩 깨달았다. 기자 고영재의 삶을 지탱하는 화두는 ‘인간’이었음을.

 

고영재 선배는 지금도 영락없는 청년이다. 술자리에서 매실나무에 거름을 주는 방법을 놓고 후배와 입씨름을 벌인다. 대충 넘어가도 될 듯싶은데, 그러는 법이 없다. 그러다 조금 밀린다 싶으니 금방 머쓱해한다. 그 마음이 고스란히 얼굴에 묻어난다. 등산길에서도, 당구장에서도 늘 그렇다. 좀처럼 지기 싫어한다. 고집스럽다. 그래도 그 모습이 싫지 않다. 거짓과 우격다짐이 없고, 짙은 애정과 책임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무 한 그루를 마주해도 차분히 음미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면 언제나 눈이 반짝거린다. 산사의 스님이건, 말단 공무원이건, 방송 작가건 누구에게나 최선을 다한다. 항상 생각을 구하고 길을 묻는다.


고영재 선배가 한결같이 꾸짖는 대상은 ‘언론’이다. 지금도 ‘한겨레’ 시민편집인으로 한 달에 한번 지면을 빌려 민주주의와 상식이 무너진 세상, 언론이 가야할 길을 묻고 있다. 그의 글에는 여전히 결기가 살아 있다. 이 시대가 그의 결기를 다시 소환했는지도 모른다.

 

MBC에서 해직자가 1명 더 늘었다. 조승호, 노종면, 현덕수, YTN의 선배 3명도 여전히 광야에 남겨져 있다. 제 식구도 지키지 못하는 현실에 문득 마음이 저려올 때, 뚜벅뚜벅 앞장서서 산을 올라가는 고영재 선배의 뒷모습을 생각한다.          

 

▲왼쪽부터 유투권 YTN 기자, 김종락 전 문화일보 기자, 박준범 YTN 라디오 PD, 고영재 전 경향신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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