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화학·방산사업 한화에 판다

제291회 이달의 기자상 경제보도부문 / 한국경제신문 정영효 기자

▲한국경제신문 정영효 기자

처음 취재망에 오른 곳은 삼성토탈이었다. 2년 전인 2012년 겨울로 기억한다. 호형호제하는 인사가 “삼성토탈 상장설이 돌길래 알아봤더니 상장이 아니라 매각을 한다는군”이라고 했다. 하지만 두 회사가 극도의 보안을 유지한 탓에 접근 가능한 정보는 거기까지였다.


길고 지루하며 소득없던 취재에 돌파구가 열린 건 올 초였다. 프랑스 토탈그룹에 지분을 매각하는 협상이 안 풀리자 삼성그룹이 국내 대기업 H사나 L사에 지분을 넘기려 한다는 정보였다. 올 여름부턴 움직임이 긴박해졌다. 정식 매수자(한화였다)가 나타났다는 거였다. 9월초엔 또다른 매수자가 나왔다는 정보도 입수됐다. 삼성그룹이 ‘빅딜’을 준비하는 건 확실한데 어떤 자회사를 누구에게 파는진 여전히 알지 못하는 답답한 상황이었다. 


아주 우연한 자리였다. 한참을 말없이 앉아 있던 그는 갑자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실장의 주도 아래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을 한꺼번에 한화그룹에 넘깁니다”라고 말했다. 내 첫 반응은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세요”였다.


두 그룹의 의사결정은 상상을 초월하게 신속했다. 12월 중순쯤이란 예상과 달리 11월 마지막 목요일(27일)에 발표한다는 것이었다. 허겁지겁 기사 초안을 만들고 월요일(24일)부터 뻗치기에 들어갔다. 두 그룹의 거래 관계자들이 모두 만남을 거부하는 것을 보며 발표임박을 확신했다. 목요일자로 기사를 준비하는데 25일(화) 밤 세 명의 취재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발표일이 목요일이 아니라 내일(수)이란다. ‘당장 기사를 쓰는 게 좋겠다’는 내용이었다.


두 그룹의 거래 관계자 4명에게 연락을 취했더니 셋은 ‘당장 쓰라’는데 가장 중요한 한 명이 ‘목요일’을 고수했다. 두 그룹의 핵심 거래 관계자 두명을 수배했다. “내일입니까, 모레입니까. 그것만 알려주십시오.” 한참을 망설이던 두 관계자는 “쓰려면 지금 쓰세요”하고 전화를 끊었다.


25일 밤 9시50분 기사가 나갔지만 목요일이라던 취재원이 걸렸다. 잠을 이루지 못해 밤 12시께 ‘오보여서 저 잘리면 소주 한잔 사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냈다. ‘특종예감, 안녕히 주무시오.’란 답이 왔다. 2012년 겨울 이래 2년 만에 처음으로 ‘삼성토탈’ 네 글자를 머릿속에서 지우고 편하게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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