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원전 CCTV 은폐 의혹

제290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 부산MBC 이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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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MBC 이두원 기자

부산에는 이미 설계수명을 넘겨 갖은 고장이 잇따르고 있는 고리1호기를 비롯한 노후 원전이 밀집돼 있다. 고리 1호기에서는 지난 2012년 12분간 완전 정전이 되는 사고로 하마터면 후쿠시마처럼 노심이 녹아내릴 뻔했고, 2호기는 지난 8월 폭우에 침수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일어났다. 원전 납품비리로 부실 부품이 버젓이 들어가 있다는 사실마저 이미 드러났다. 부산시민들은 애써 잊고 살지만 핵폭탄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원전은 보안이라는 보호막 속에 모든 취재경로가 차단돼 있다. 설명을 요구해도 한나절 시간을 끌다가 퇴근 시간이 다 돼서야 “검토 결과 어렵다”는 대답을 내놓기 일쑤였다.


어떤 때는 하루 만에 출입이 가능하다고 하다가 어떤 때는 보안 때문에 당장 출입이 어렵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고 원인도 한수원이 주는 대로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보안이라는 허울 좋은 핑계로 더 이상 묻기도, 따지기도 어렵다. 


원전에 문제가 생기면 수백만 부산시민들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데, 보안이라는 가치가 우선돼야 하는지 마음속으로 스스로에게 얼마나 많은 질문을 했는지 모른다. 이번 보도는 원전 내 진실을 CCTV에 물었다. 그러나 원전을 감시하기 위해 혈세로 설치된 CCTV는 오히려 진실의 가름막 역할을 하고 있었다.


보안의 벽을 절실히 느끼며 힘들었지만, 조금이라도 진실에 다가가고자 노력했다. 결국 한수원의 원전 관제 체계에 대한 종합적인 개선 대책을 이끌어냈지만, 이제 시작이다. 원전에 대한 감시의 눈길을 늦추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보도를 위해 도와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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